차와 커피 속의 카페인
차와 커피 속의 카페인
  • 이창숙
  • 승인 2018.12.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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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43>
인도 타밀나두(Tamil Nadu)의 다원

 가끔 차와 커피의 카페인이 다르냐는 질문을 받는다. 카페인은 1820년 룽게(Runge)가 커피콩에서 발견하였다. 7년 후 오드리(Oudry)가 찻잎에서도 동일 물질을 발견하였다. 발견 초기에는 커피와 차에서 발견된 물질의 이름이 달랐으나 1838년 동일 성분으로 판명되어 카페인이라 통일하였다. 이들은 똑같은 분자 구조로 되어 있다. 이름이 명명된 지 200년 정도 흘렀지만 그 효능은 아마 기원전부터 인류와 함께 생존했던 것 같다.

  차와 관련된 기록 중 『신농식경』에는 “차를 오랫동안 마시면 힘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였다. 아마도 카페인의 효능인 듯싶다. 수나라(隨, 581~618)고사에는 “개황이 어렸을 때 꿈에 귀신이 나타나 그 뇌골을 바꾸니 그때부터 머리를 앓았다. 우연히 한 스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스님께서 산중의 차로 치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황제가 차를 마시니 효험이 있었다.” 수문제의 두통을 치료한 괴이한 일이 전해지며 천하의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고사(古事)에 등장하는 차의 효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아마 만병통치 음료가 될듯하다. 이렇듯 기호음료는 인류에게 약용으로 시작되었고 현재도 세계 각국에서 임상실험을 통해 많은 유효 성분들이 밝혀지고 있다. 그중 각성, 기억력증진, 편두통 해소기능이 있는 카페인에 대해 알아보자.

  찻잎과 커피콩 각각 100g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을 비교하면 찻잎에 더 많은 카페인이 들어있다. 하지만 마실 때의 양, 한 잔에 비교한다면 커피 속에 든 카페인이 차 속에 든 양보다 많다. 차는 1인 기준으로, 찻잎을 3g 정도 사용하며 여러 번 우려 마신다. 커피는 대략 10g 정도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농도가 다르나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물질 속에 녹아 있는 카페인의 양만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다면 마셨을 때 몸의 반응은 어떠할까.

  카페인이 인체에서 흡수될 때, 차의 경우 커피에는 없는 다른 성분들이 카페인의 흡수를 줄여준다. 카테킨과 데아닌은 카페인과 결합하여 카페인의 활성작용을 억제하며 카페인의 효과를 완화 시킨다. 데아닌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성분으로 그 함유량이 차에 많은데 차를 마셨을 때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아닌은 폴리페놀류인 탄닌과 함께 카페인의 흡수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즉 카페인에 의한 중추신경 자극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차속의 카페인은 천천히 흡수되고 효과가 지속적이다. 반면 커피속의 카페인은 바로 흡수되어 효과가 빠르다. 단시간 동안 빨리 효과를 보고 싶다면 커피를, 천천히 지속적으로 효과를 보고 싶다면 차를 마셔보면 어떨까 싶다.

  차를 선택할 때 카페인과 관련된 몇 가지 특징을 참고하면, 카페인의 함유량은 어린잎 일 수록 더욱 많다. 일찍 딴 잎일수록 데아닌 함유 비율이 높아 긴장완화, 혈압강하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광합성에 의해 형성되는 카테킨류는 찻잎을 따는 시기가 늦을수록 함량이 높다. 따라서 채취시기 마다 성분비율이 다르다.

  차를 우릴 때, 카페인의 양은 뜨거운 물에서 처음에 많이 우러나온다. 여러 번 우리게 되면 카페인보다는 폴리페놀과 데아닌이 방출된다. 여러 번 우려 마시는 녹차와 청차 계열의 경우, 처음 우릴 때 카페인의 방출이 많고 뒤로 갈수록 카페인의 양이 줄어든다.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카페인이 더 빠르게 모두 추출된다. 차의 종류마다 우리는 물의 온도가 달라 그 기준에 맞추면 된다. 카페인은 처음에 거의 모두 우러나고 여러 번 우릴수록 추출되는 양이 적어진다. 카페인은 단순히 잠을 쫓는 것만이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감을 없애준다. 하지만 마시는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카페인에 반응하는 정도나 신진대사에 따라 카페인의 흡수비율이 다르다. 자신의 경험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좋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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