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 박성욱
  • 승인 2018.12.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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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여러 동물들은 겨울잠을 잔다. 봄부터 정성껏 키운 토끼와 닭들도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겨울 방학이 길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싱싱하고 풍성한 먹을거리를 날라주던 아이들이 없다. 먹성 좋은 토끼 먹을거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고구마 캐면서 걷어냈던 고구마 줄기랑 배추 수확하면서 떼어낸 배춧잎이랑 토끼장 앞에 쌓아 놓았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토끼가 탈출했다. 긴 땅굴을 파고 집을 나간 것이다. 어쩌면 토끼는 진짜 자기 집을 찾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 녀석 나가면서 응아는 몽땅 싸고 나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은 빈 토끼장을 보면서 아쉬워했다. 토끼장 앞에 있는 고구마 줄기를 휭휭 돌리며 토끼장 주변을 맴돌다가 갔다. 한 아이는 배추 잎사귀를 머리에 얻고 놀거나 구멍을 뚫어서 가면을 만들어 논다. 혹시나 토끼가 학교에 있는지 화단이며 나무 밑이며 빗물 통을 자세히 살폈다. 토끼는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면서 토끼를 마음속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토끼가 다시 나타났다. 한두 명씩 학교에서 토끼를 봤다는 목격자가 늘어났다. 토끼를 잡으려고 했는데 엄청 빨라서 잡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혼자 ?다가 여럿이 모여서 함께 포위망을 짜서 서서히 좁혀가며 잡으려 했지만 포위망 좁은 틈을 뚫고 엄청 빠르게 도망쳤다고 했다. 학교 동편은 담장이 없고 감나무랑 채소가 심어진 밭하고 연결되어 있다. 토끼는 그 동쪽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또 토끼를 잊고 열심히 놀았다.

또 며칠이 지났다. 토끼가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했다. 이 녀석이 동네 채소밭에 들어가서 배추랑 당근이랑 캐먹고 말 짓을 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학교에는 비상이 걸렸다. 겨울 김장 준비를 위해 몇 달 동안 잘 키워 논 채소들을 망치는 토끼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 피해가 커지면 학교에서는 피해보상을 해 줘야 될 상황이었다. 그날부터 토끼를 잡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다. 학교에 종종 나타나 먹이를 먹는 토끼에서 조심조심 다가가 그물을 던졌다. 그런데 이미 야생성을 회복한 토끼는 더 빨라지고 강력해졌다. 그물이 덮치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 결국 토끼 잡는 작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토끼의 말 짓은 더 늘어가고 동네 사람들 원성은 점점 커져갔고 학교는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마지막 방법이 남아있었다. 포획 틀을 만들어 설치하는 것이다. 포획 틀을 만들고 설치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말썽꾸러기 토끼를 빨리 잡아야 했다. 다음날 아침 토끼는 포획 틀에 얌전히 갇혔다. 포획 틀에 넣어둔 맛좋은 당근을 먹으려고 들어왔다가 갇혔다. 토끼는 다시 토끼장으로 보내졌다. 토끼가 땅굴로 도망을 못 가게 땅굴을 막았다. 토끼는 한 동안 토끼장 안에 있었다. 방학동안 토끼를 잘 돌볼 수 있는 가정으로 입양 보내졌다.

토끼는 작고 귀엽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는 데에는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토끼가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토끼가 땅굴을 파고 산다는 것을 책으로 보고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리들은 그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귀엽다고 그냥 보는 것은 좋지만 때에 맞게 먹이고 키우고 놀게 하는 것도 온전히 키우는 사람 몫이다. 동네에 버려지는 개들과 고양이, 하천에 버려지는 물고기들이 있다. 처음에는 예쁘고 귀엽고 좋아서 키웠지만 먹이고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 무책임하게 버려진다. 기른 것들 거둔 것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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