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 계획서만 내면 그만” 수능 끝난 고3 ‘눈 밖’
“현장학습 계획서만 내면 그만” 수능 끝난 고3 ‘눈 밖’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8.12.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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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도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담임 선생님께 말하고 안나가고 있어요.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재미가 없어서 시간 낭비 같거든요.”

도내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L양은 수시 합격한 이후 두 달 가까이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다. 예체능 계열이기도 하고 담임교사에게 ‘졸업장만 받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니 선뜻 허락받을 수 있었다.

L양은 “어차피 학교에 나가더라도 지루하기만 해서 개인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과 추억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해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3 학생 대다수가 수능 이후 등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무늬만 교실’인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학교와 교사도 이러한 사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난처하다는 입장들이다.

수능이 끝나면 각 반에서는 보통 수시 합격생이 나오거나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 예체능 계열 학생 등으로 나뉘게 된다.

학교에서는 대부분 학사 일정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긴장이 풀어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오전 수업만 한다.

하지만 주로 영화 시청이나 독서 토론 등의 프로그램으로 한정돼 있어 고3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현장체험학습, 효도체험학습을 이용해 학교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다.

도내 한 교사는 “학교에서 강제로 아이들을 붙잡아 둘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유가 타당하다면 출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며 “동아리 워크숍을 명목으로 체험학습을 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친구들끼리 여행 가는 줄 알아도 눈 감아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교사의 시야에서 벗어나더라도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수능 이후에 학생 관리 안 되는 것은 이미 수년동안 제기돼 왔던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 당국은 진작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부모 임도경(51) 씨는 “이번 강릉 펜션 사건이 터지자 교육부는 이제와서 학교 점검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부모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학교 차원에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이나 체계적인 진로교육 시스템을 연계해 학교 생활을 최대한 끝까지 마무리짓도록 유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매년 11월 중순에 치러지는 수능 일정을 현 고교 교육과정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수능 일정을 늦추고 정시 전형과 졸업 시기 사이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내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 당국은 대학 관계자들과 고교 학사일정 등을 고려해 고3 기말고사 이후로 수능 시기를 조율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출석률도 높아지고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을 관리하기 수월해질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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