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32회 전국연극제 전북 대표 출품작, 극단 까치동의 ‘은행나무 꽃’
[리뷰] 제32회 전국연극제 전북 대표 출품작, 극단 까치동의 ‘은행나무 꽃’
  • 송민애 기자
  • 승인 2014.06.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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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설화와 연극적 상상력의 조화로운 결합.” 지난 16일 군산예술의전당에서 극단 까치동의 ‘은행나무 꽃’(작 최기우/연출 전춘근)을 관람한 이후 머릿 속을 스친 한 줄 평이다.

 제32회 전국연극제의 전북대표 참가작인 ‘은행나무 꽃’은 전주 한옥마을의 600년 된 은행나무를 소재로 최덕지와 그의 처 이화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공연은 가벼운 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덕지와 이화의 사랑과 이별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세상과 인간의 근본에 대한 물음이 깊게 배어 있다. 그러나 담백한 연출과 소소한 웃음장치를 적절히 활용,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한바탕 웃음과 깊은 생각을 동시에 갖게 한 작품이다.

 특히 이 공연은 지역에 대한 섬세한 감성과 세심한 이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최근의 지역 공연들이 화려함을 앞세워 관객을 압도하려 하는 것과는 달리, ‘은행나무 꽃’은 소담하고 정겨운 우리네 삶과 이야기로 더없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화려한 무대세트도, 의상도, 조명도 없지만, 간결하고 담백한 무대와 이야기에 지역적 특색과 전통 민속놀이 등을 더해 저만의 개성과 매력을 갖췄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따뜻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인 셈이다.

 이는 곧 지역적 색깔과 특색을 담은 공연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전범(典範)과 같았다. 지역 설화와 연극적 상상력의 조화로움이 빚어낸 결실일 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극 구성이 단조롭다 보니 몇몇 장면의 경우 지루함을 낳았고, 두 주인공이 파국으로 치닫은 계기도 억지스러웠다. 다만 때맞춘 장면의 전환과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 인형극적 요소의 대입 등을 통해 과한 장치 없이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해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된다. 향후 그 가능성을 살려 작품의 일부를 수정·보완, 지역의 대표 공연으로 성장·발전하길 기대해본다.
 

송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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