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갑질근절대책위원회 활동 백일을 맞으며
민주평화당 갑질근절대책위원회 활동 백일을 맞으며
  • 조배숙
  • 승인 2018.12.17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18일이면 민주평화당에 신설된 갑질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어 활동한 지 백 일이 된다. 특별위원회는 출범 이래 사회적 강자들에게 억울한 상황을 강요받아야 했던 우리 사회의 약자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해왔다. 백 일 동안 총 122건의 갑질 민원을 접수했고, 이중 47건을 해결했다. 여기서 해결이란 갑질 주체가 사과 및 배·보상을 하도록 유도한 것 외에도, 민원인과 그를 강압하던 상대와 직접 3자 대면하여 중재하고, 감독 책임이 있는 부처에서 해결을 위해 행동하도록 견인한 것까지를 포함한다.

 정당의 특별위원회에 들어오는 민원은 대부분 피해자가 감독관청에 신고했지만 유야무야됐거나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들로,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내용들이다. 특히 갑질 피해는 갑과 을이 가진 힘의 차이가 매우 큰 문제들이기 때문에 약자가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기가 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백 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특별위원회가 47건의 갑질 피해 민원을 해결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과라고 자부한다.

 갑질 피해자 민원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느라 특별위원회 성과 홍보에는 소홀했지만, 해결한 사건 하나하나는 모두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광주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던 나이 든 슈퍼 사장님은 라면을 제조하는 대기업으로부터 더 이상 재고 라면을 교환해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우리 위원회에 신고했고, 위원회는 회사와 접촉하여 회사 측이 재고를 받고 앞으로 사장님이 나이가 많거나 규모가 작은 슈퍼일수록 더 신경을 쓰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해당기업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아직 생각지 못한 고령경영자를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는 말을 했다.

 전남 영암군 신북면에서 30년째 과수원을 운영해 온 최 선생님의 배 과수원은 바로 옆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선 다음 병충해와 꽃받침이 검게 변하는 이상 현상으로 배 수확이 1/3 정도로 줄었고, 최 씨는 영암군청과 농업진흥청에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위원회에 호소했다. 이 민원에 대해서는 위원장인 필자가 직접 국회 에너지특위 회의에서 질의했고, 산업부가 피해현장에 실사를 나가도록 만들었다. 이 건은 국회의원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비슷한 피해들이 덜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정치인들에게 새삼 깨닫게 해 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거래소를 다니다 성폭행과 따돌림을 당하고 생을 마감한 김나영 씨 부친의 억울한 사정을 여성부 장관이 직접 듣도록 한 일도 있다. 여성부는 김나영 씨의 사건을 재조사했으며, 노동부에 업무협조를 요청하여 한국거래소가 잘못한 내용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이 사건은 비슷한 피해를 입고도 감독기관의 무사안일에 더 큰 상처를 받은 여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싸울 수 있는 힘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

 당내에 갑질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을 맡았을 때, 누군가 특별위원회 활동이 정치 영역에 포함되는지 물은 적이 있다. 정치를 정의내리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가장 이해하기 쉬운 정치의 정의는 미국의 실증주의 정치학자 해롤드 라스웰(Harold Lasswell)의 정의일 것이다. 라스웰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라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정치는 힘의 분배 과정이며, 힘의 분배를 정의롭게 만드는 노력이다. 따라서 갑질근절특별위원회가 정치 영역에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정치는 힘의 관계를 정의의 틀에서 고정시켜 놓은 법률 위에 놓여 있다. 정치철학에서는“판사와 사법부가 통치하는 세계는 더 이상 정치적인 세계가 아닐 것이다. 정치는 체제라는 구조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정의한다. 이제 특별위원회 1기 활동을 마무리하며 갑질을 만드는 우리 사회의 체계를 고민할 때다. 동료 정치인들에게 충언을 드린다. 정치가 ‘허업’이라 여겨질 때는 약자의 옆에 가 계시라. 그곳에 정치가 있다.

 조배숙<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