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거리제한 무엇이 문제인가!
편의점 거리제한 무엇이 문제인가!
  • 최성태
  • 승인 2018.12.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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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번화한 상업지역에 가보면 한 블록(block)에 4~5개 이상의 편의점이 있고, 아파트나 주택가에서도 불과 몇십 미터를 사이에 두고 편의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매년 최저임금은 오르고 있고, 휴일근로와 야간근로가 필연적인 편의점의 경우 인건비 증가도 부담스러운 마당에 바로 옆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는 상황은 편의점 운영자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것이다.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으로 개점한 이래 약 30년이 지난 2018년에는 전국에 4만여개의 편의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편의점 간 거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자율규약으로 일정한 거리 내에서 편의점을 개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하였고, 해당 자율규약(안)의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편의점 간 거리제한의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실현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바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함)」상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기업의 이윤극대화 전략, 불공정경쟁 및 시장왜곡 등으로 인한 독과점의 폐해를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공동행위의 유형은 ① 가격공동행위, ② 거래조건공동행위, ③ 생산·출고제한공동행위, ④ 거래지역·거래상대방제한공동행위, ⑤ 설비제한공동행위, ⑥ 종류및규격제한공동행위, ⑦ 회사설립공동행위, ⑧ 입찰·경매공동행위 등인데(동법 제19조 제1항 각호), 편의점 거리제한은 ‘④ 거래지역을 제한하는 공동행위(시장분할)’에 해당한다(제4호 참조).

 일정한 거리 내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편의점의 출점을 제한하는 것은 사업자간의 판매경쟁을 제한하고 수요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1994년에는 엘지유통, 보광훼미리마트 등 5개의 편의점 사업자가 직선거리 80미터 이내에서 신규 점포를 개설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근접거리 출점방지를 위한 합의사항 운영지침’을 제정해 시행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에 해당 합의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거래지역제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린바 있다. 그 후 2012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한 브랜드 내에서는 250미터 이내에 신규출점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2014년에 폐지되었다. 다만 편의점 가맹본부별로 지역 및 상권 등을 고려하여 내부적으로 탄력적인 거리제한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편의점 사업자들의 합의(자율규약 등)로 하나의 편의점 근처 몇 미터 이내에서는 신규점포를 개설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이다(GS25 편의점 옆에 다른 GS25는 물론 CU나 세븐일레븐과 같이 브랜드가 다른 편의점도 개설하지 않는다는 의미).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가 ① 산업합리화, ② 연구·기술개발, ③ 불황극복, ④ 산업구조조정, ⑤ 거래조건 합리화, ⑥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의 목적을 위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는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동법 제19조 제2항, 시행령 제24조 내지 제28조 참조). 한편 위 자율규약(안)은 다른 브랜드 사이는 물론 동일한 브랜드 내에서의 거리제한도 담고 있기 때문에 후자에 대해서는 가맹사업법이 적용되는데, 동법 제12조 제1항 제2호는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자로 하여금 거래지역을 부당하게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거리제한을 담은 자율규약(안)에 대하여 가맹사업법이 정한 ‘거래지역 구속·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함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세분하여 규정한 산업합리화(제24조의2), 불황극복(제25조), 산업구조조정(제26조) 등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경쟁제한의 효과와 효율성증대 효과를 비교·형량하여 공동행위의 인가가 가능한 정도라고 판단할 때에 비로소 자율규약(안)을 승인할 것이다.

 이제 공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넘어갔다. 어떠한 판단을 하든지 간에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했는지에 대해 충실한 검토를 거쳐 그 결과에 아쉬워하는 측에서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제시해주기 바란다.

 최성태<전주농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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