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점 사보실래요?’
‘그림 한 점 사보실래요?’
  • 박인선
  • 승인 2018.12.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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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설명 : 임옥상 作 귀로Ⅱ (270cm×180cm, 종이부조, 1983)  2017년 홍콩경매에서 2억원에 낙찰된 작품(사진 서울옥션 제공)

 주말 날씨가 차가운데도 전주 한옥마을은 인파로 가득하다.

국내 관광지 중 전주 한옥마을은 단연코 가보고 싶은 곳이다.

비로소 한옥마을에 와야 한국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필자도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익숙하기도 하지만 개인전을 두 번이나 했던 미술관이 한옥마을에 자리하고 있어 자주 찾는다.

미술관을 들어서던 관람객들이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무료 관람’ 팻말이 눈길을 잡아끈다.

바깥 기온이 떨어지니 실내로 찾아들면서 진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날씨 탓이라고 쳐도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우연치고는 최상의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옥마을 나들이에서 미술관 경험을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관객들의 표정이 자유분방하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작품가격이 얼마나 될까?’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호당 10만원 정도면 살 겁니다. 20호니까, 200만원정도 되겠네요.”

“어머, 괜찮은데요.”

주제 넘게도 대화를 거들고 나섰는데 반응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바로 저들이 미술관의 미래 고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는 이렇게 경험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필자는 정읍에서 미술교사로 복무한 시기에 어느 사회운동가 사무실에서의 기억이 되살려질 때가 있다.

그때는 여러모로 사무실 운영이 어려우니 주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꾸려가는 시절이었다.

이런 이유로 사무실 한 켠에 지금은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민중 미술 작가의 그림 한 점이 구매자를 찾고 있었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표현의 자유가 엄연히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이데올로기적 내용물에 대한 검열은 엄격하다 못해 특히, 민중 미술 작가들은 스스로 자기검열의 덫을 달고 산다고 했을 정도였다.

지난 정부에서만 해도 정보 당국에 의해 전시 중인 작품이 내려지는 일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란 그들의 입맛에 맞아야 타당한 것이다.

당시 작품 제시 가격은 30만원으로 서양화 50호 크기였다.

초임교사 한 달 월급 정도의 금액이었다.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을 포기하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작품 내용에서 작가도 그렇지만 소장자도 자기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시대였다.

얼마 전 청와대 본관에 ‘촛불혁명’을 담은 작가의 대형 작품이 소개되면서 민중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도 점차 일반인들의 정서에서 가까워졌다.

작품을 소장했다면 투자 가치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물론 투자라고 하는 것은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하는 과정이 있으니 단순 계산할 일은 아니지만 전도유망한 작가의 작품에 투자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싶다.

현대미술을 탄생시킨 네덜란드 화가 고흐도 평생 한 점 밖에 그림을 팔지 못했지만, 그의 그림 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 외에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경매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술 작품에 투자는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이면서 작가에 대한 무형의 후원이다.

미술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미술품의 거래가 화랑 중심으로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경매, 아트페어, 아트펀드, 사이버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투자처로서의 효용성이 점차 넓혀지는 시점이다.

국내의 생존 작가의 작품이 수십억원을 호가한다는 뉴스가 언론에 회자 되는 현실이다.

물론 유명 작가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아직도 그림 값은 바닥 수준이다.

이쯤 되면 ‘그림 한 점 사보실래요?’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미술작품이 투자의 관심 대상으로 머지않은 날 떠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글=박인선(정크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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