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산미술관, 동상골 사람들의 얼굴과 삶을 담다
연석산미술관, 동상골 사람들의 얼굴과 삶을 담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2.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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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산미술관이 \'동상골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이야기\'전시 오픈을 앞두고 제작 완료된 초상화를 들고 동상면 수만리 경로당을 찾았다. 왼쪽부터 유인자, 박복이, 백성례, 김은중 동상면장, 이유복, 차점녀씨.(연석산미술관 제공)

 “제가 지금까지 학동에 살아왔기 때문에 저는 어릴 때부터 나무를 보면서 자라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나무와 같은 삶을 살자고 생각하며 살아 왔습니다. 태풍을 막아주는 나무, 홍수를 막아 주는 나무, 시원한 그늘을, 맑은 공기를 만들어 주는 나무, 이런 나무같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살기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저는 많은 친구가 있고 많은 이웃이 있는 행복한 삶을 산 것 같습니다.”

 1930년 7월 27일 동산면 학동에서 태어나 슬하에 5남 2녀를 두고 평생 농사일에 종사한 이유복씨는 자신의 초상화를 받아들며 이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시골마을에서 열리는 한 전시회가 평범한 삶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조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석산미술관(관장 박인현·전북대 교수)은 22일부터 1월 4일까지 어르신공경프로젝트 ‘동상골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이야기’전을 선보인다. 오프닝은 22일 오후 2시다.

 이번 전시는 동상면사무소(면장 김은중)과 협업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지역 내 생존 어르신 중에서 연장자순으로 13명의 인물을 선정해 그들의 모습을 초상화로 제작했다. 최고령자인 백성례씨를 필두로 박복이, 이기순, 이유복, 염옥순, 이인구, 오영만, 한용석, 김영무, 유인자, 김선희, 이창복, 차점녀씨의 모습을 소중하게 담았다.  

 더불어 이들 인물의 삶의 궤적을 짧은 기록으로 남겨 개인사적 자료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삶은 존귀하며 개개인의 삶의 흔적 또한 하나의 주된 역사가 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의미다.

 1926년에 동상면 사봉리 시평마을에서 태어난 백성례씨는 “평생동안 남편의 일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평탄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왔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헌신적으로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이다”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성실히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분명 길이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1928년에 소양 위봉에서 태어나 학동에서 살다가 시집와 지금까지 살고있는 박복이씨는 “돈 보다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겼고, 지식보다는 지혜를 얻기위해 노력했다”며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맑고 향기 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냄새 나는 사람으로 산 거 같다”고 말했다.

 동상면 어르신들이 남긴 짧은 삶의 기록들은 보고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고도 남는다.

 전북문화관광재단 창작공간활성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올 한해 레지던스 사업을 성실하게 추진한 연석산미술관이 지역사회와 보폭을 맞추는 커뮤니티 활동을 의미있게 펼쳐내면서, 완주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초상화 제작에는 장우석 전북대 한국화전공 강사를 비롯해 전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박지수, 강버들 작가가 참여했다.

 박인현 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평범한 삶의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서 평범의 존엄을 재확인하는 계기로서 인정되어지고 존경받는 사회로의 지향을 꿈꾸어 본다”며 “전국 8대 오지인 동상골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어르신들 개개인의 평범한 일상의 궤적들을 통해 잔잔한 울림이 있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22일 오후 2시 오픈식에서는 김봉기 국악가를 초청해 전통 성악 및 단소, 대금, 태평소 등 우리음악을 연주하는 공연으로 전시의 문을 연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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