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서정환
  • 승인 2018.12.12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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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서양인이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갔다가 삭발을 하고 수행자가 되었다. 그는 숲 속 절에서 생활하며 다른 수행자들과 함께 소형 트럭을 타고 시골길을 이동하곤 했다. 고참 수행자는 트럭 조수석에 앉고, 신참인 그는 현지인 수행자들과 함께 짐칸의 기다란 나무의자에 앉았다.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이었으며 곳곳에 움푹 팬 웅덩이들이 많았다. 운전사가 사정없이 차를 몰았기 때문에, 트럭 바퀴가 웅덩이에 걸려 덜컹거릴 때마다 짐칸에 탄 사람들은 위로 솟구치며 지붕을 가로지른 쇠막대기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곤 했다. 키가 큰 이 서양인 수행자도 무수히 정수리를 찧어야만 했다.

 머리를 부딪칠 때마다 그는 욕설을 내뱉었다. 물론 현지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게 그들 말로. 충격 완화 장치가 없어서 더욱 아팠다. 그는 매번 맨머리를 문지르며 욕을 해 댔다. 그럴수록 기분이 더 나빠졌다.

 그런데 현지인 수행자들은 머리를 부딪칠 때면 서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서양인 수행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쇠막대에 머리를 그토록 세게 부딪쳤는데 어떻게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이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머리를 너무 많이 부딪쳐서 뇌에 손상을 입은 모양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들이 머리를 부딪치고도 별로 아파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양인 수행자는 자신도 한번 그렇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번에 머리를 부딪쳤을 때, 그는 현지인 수행자들과 함께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웃으니까 훨씬 덜 아팠다. 욕설을 내뱉고 화를 낼 때보다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일화를 읽고 류시화는 그도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인도와 네팔에서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바퀴 셋 달린 오토릭샤인데, 방수천을 씌운 천장이 낮고 쇄막대기들이 가로질러 있어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난폭운전 탓에 머리를 부딪치기 일쑤였다. 여행자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인데, 류시화는 키가 커서 더 자주 부딪쳤다. 어떤 때는 너무 아파서 영혼이 육체를 이탈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큰 소리로 웃자 정말로 통증이 한결 줄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이 있었다. 웃으니까 아픔이 더 빨리 잊힌 것이다. 마음에 품고 다니며 곱씹지 않게 되었다. 웃고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고.

 전에는 운전사에게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었다. 그런데 머리를 찧을 때마다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릭샤 운전사도 웃고 함께 탄 사람들도 웃었다. 그렇게 모두가 웃자 통증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웃음이 통증을 완화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웃음은 모르핀보다 몇 배나 진통 효과가 큰 뇌 안에 모르핀을 분비시키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며, 폐 깊은 곳까지 산소가 공급되게 한다. 또 웃을 때는 폐와 심장이 두 배나 빨라져서 유산소 운동이 일어난다. 십 분 웃으면 두 시간 동안의 마취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인체 오라 측정에서도 웃음 수련 후에는 어두웠던 색깔이 밝게 변했으며, 웃음 수련을 하는 사람들의 옆에 서 있던 관찰자의 오라도 함께 변화했다.

 영국 BBC 방송에서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아, 즐거운 일이 없어도 집에서 거울을 보며 웃게 했다. 그렇게 육 개월 동안 실험하면서 그들의 생활을 추적했는데, 참가자들의 행복 지수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부딪치고 아플 때마다 울어야 하는가? 슬픈 일을 겪고 억울하게 비난받을 때마다 분노해야 하는가? 그렇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 웃음을 잃지 않을 일이다. 그 웃음의 동심원은 옆에 있는 이웃에 번질 것이고 내가 웃으면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은 물론 내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웃음이 번질 것이다.

 인도 속담에 ‘백단향 나무로만 된 숲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백단향은 최고의 향나무다.

 웃음은 ‘백단향’보다 더 좋은 최고의 향나무이다.

 서정환<신아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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