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피보다 진한가?
돈이 피보다 진한가?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8.12.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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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혈육이 정이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진한 육친의 정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이성계의 넷째 아들 방원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어린 동생 등 형제들을 살육했던 ‘왕자의 난’을 보면 혈육의 정이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말이 무색해 진다.

 조선왕조를 살펴보면 아버지의 뒤를 이은 형제 간의 다툼은 끊인 적이 없었다.

 현대에 와서는 권력보다는 돈을 놓고 형제 간 양보 없는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이라는 삼성 가 장남 이맹희와 동생 이건희 간의 재산 다툼과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와 신동빈의 싸움은 롯데 판 왕자의 난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막대한 재산을 남긴 재벌의 사후, 재산 상속을 둘러싼 자식들 사이의 소송은 이제 식상할 정도가 됐다.

 유년의 형제간 정겹던 기억은 사라지고 권력과 재물에 대한 탐욕이 형제간의 우애를 무참하게 짓밟아 버리고 있다.

 형제간 싸움은 요즘 들어 재벌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잦아지고 있다.

 과거 우리 평범한 서민들은 부모 유산을 나눠야 된다는 것쯤은 알고는 있지만 차마 소송까지는 가지 못했다.

 기껏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는 것으로 응석을 부렸지만 이제는 법정다툼은 물론 홧김에 불을 지르거나 공기총으로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갈수록 살벌해 지고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최근 형제 간 다툼으로 견실했던 건설회사가 심각한 자금난으로 관계회사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임실 사격장 조성 공사 등 지역에서 굵직한 공사를 따내 관급공사 실적만으로는 도내에서 손꼽으며 당시만 해도 시공실적이 2군에 해당되는 건설사였지만 현재는 5군 업체로 전락해 버린 데다 자금난으로 직원들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사였던 전문건설업체는 자본금을 맞추지 못해 전주시로부터 영업정지를 받았지만 자본금을 채워 넣을 방법이 없이 폐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원인을 놓고 형은 잠시 회사 관리를 맡겼던 동생이 회사 돈을 빼돌리거나 회사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80억 원을 빼돌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동생은 횡령 등의 혐의로 1년여 간 구금됐었고 최근 재판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반면 동생은 자신은 회사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법인 간 자금이체를 했을 뿐이며 오히려 형이 회사 돈 수백 억 원을 빼돌렸기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져 회사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징역형까지 받게돼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형은 수도권에 있는 시행 사를 인수하면서 동생에게 회사를 믿고 맡겼는데 수년간 주도면밀하게 자신의 통장으로 돈거래를 해오며 본인에게 횡령혐의를 덮어씌우려 한다고 항변하며 서로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팽팽한 주장의 사실여부는 수사와 재판결과 판가름이 나겠지만 가뜩이나 전북의 건설시장을 외지 대형업체들이 잠식하고 있어 이에 대항할 향토건설업체가 아쉬운 상황에서 수십년간 견실했던 업체가 형제간의 다툼으로 와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 양쪽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감정의 폭이 깊어지면서 두형제간의 사이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형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돌을 던져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불행한 가족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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