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뛰던 어린이가 다친 경우 식당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식당에서 뛰던 어린이가 다친 경우 식당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 강원표
  • 승인 2018.12.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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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방이 있는 식당을 갔는데 어린이들이 놀이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뜨거운 음식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주변사람들은 어린이가 뜨거운 음식이 담긴 그릇에 부딪쳐 화상을 입진 않을지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는데, 막상 그 아이의 부모는 별 걱정 없다는 듯 초연하게 어린이를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그 부모는 안전 불감증이 있거나, 아니면 ‘어린이들은 다 뛰어다니면서 노는 것이고, 다치면서 크는 것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한 아이가 놀이방으로 뛰어가는 도중에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운반하고 있던 식당 종업원과 부딪쳐 화상을 입고 말았다.

 부모는 어린이를 살피지 못한 종업원 잘못으로 아이가 화상을 입었으니 식당에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하고, 식당 주인은 어린이가 제멋대로 뛰어다니다가 다친 것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 화상을 입은 어린이의 부모는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식당의 종업원은 기본적으로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손님들에게 운반함에 있어 손님들과 부딪쳐 뜨거운 물을 쏟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특히 식당 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곳이나 어린이들이 뛰어다닌 상황이라면 더욱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미리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

 또한 식당 주인은 종업원의 사용자로서, 종업원이 뜨거운 물이나 음식이 담긴 그릇을 손님에게 운반하는 등 접객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손님과 부딪쳐 손님이 다치는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철저히 안전교육을 하는 등 종업원의 사무를 감독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따라서 뜨거운 물을 운반하던 종업원이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아니한 코너에서 어린아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혀 어린아이에게 화상을 입힌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종업원은 민법 제750조에 따라, 식당주인은 민법 제756조에 따라 화상으로 인한 어린이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각 부담한다.

 그렇다면 뜨거운 음식이 운반되는 식당에서 뛰어 다닌 어린아이에는 책임이 없단 말인가? 또 어린이를 그렇게 내버려둔 부모에게는 잘못이 없단 말인가?

 물론 아니다.

 어린이의 경우라도 사리를 변식(辨識)함에 족한 지능을 갖추고 있으면 과실능력이 있다고 본다. 즉 어린이에게 사고 발생 시 그 손해배상 책임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하여는 변식할 능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식당에서 뛰어다니면 다칠 수 있다’는 정도의 사리를 변식할 능력만 있다면 그 어린아이에게도 사고 발생의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대법원 1971. 3. 23. 선고 70다2986판결 등 참조).

 위 사안에서 화상을 입은 어린이는 식당 내부에서 뛰거나 급히 움직이면 뜨거운 물이나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이나 뜨거운 음식을 먹는 손님 등과 부딪혀 화상을 입을 위험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어린이에게도 본인의 안전을 도모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의 부모 또한 어린이의 보호감독의무자로서 어린이가 식당 내부에서 급히 움직이거나 뛰지 않도록 단속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어린이와 부모의 과실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요소로 반영된다. 이로써 식당의 입장(어린이가 뛰어다니다가 다친 것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해 줄 수 없다는 것)과 부모의 입장(어린이를 살피지 못한 종업원 잘못이므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절충되는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문제는 법보다도 도덕이나 윤리의 차원에서 많이 논의 된다. 어린이를 뛰어 놀도록 내버려둔 부모의 잘못인지, 아니면 어린이에 대한 안전을 배려하지 못한 식당 주인의 잘못인지에 관한 ‘갑론을박’은 많이 있을 것 같다.

 다만 법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최소한 식당 측에 대해서는 “어린이는 원래 다 뛰어다니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고, 부모 측에 대해서는 “어린이라고 위험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모두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강원표<변호사·법률사무소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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