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간으로서의 박물관: 미술관에서 데이트하기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박물관: 미술관에서 데이트하기
  • 김은영
  • 승인 2018.12.1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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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은 왕궁, 성당, 극장, 갤러리, 지역주민회관, 백화점, 학교,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징으로써 표현되며 이 모든 특성을 지닌 현대적 하이브리드로 진화되어왔다. 사람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학자들의 통찰은 박물관의 존재의 한가운데 관람자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의 행위와 본질에 접근하려는 수많은 관람자조사와 연구로부터 박물관 미술관 활동의 영역을 확장시켜오고 있다. 박물관체험(Museum Experience)에 대한 고전적 고찰로서의 ‘경건한 체험, ‘교육적 체험’사교적 공간’이라는 개념들은 사람들의 삶에서 상징적 행위의 장으로서의 박물관이라는 의미를 밝히고 있다.

 ‘경건한 체험’은 개인의 체험에 가정과 일이 가져다주는 것보다 훨씬 성스럽고 높고 일상 외의 것을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종교적 인간이 갖는 교회에 대한 관계 같은 것으로 ‘몽상공간’으로도 표현된다. 몽상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의 쾌적함은 사람들에게 박물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어떤 그림이 큐비즘이든 표현주의 든 간에 그 이미지들이야 차후에 회상하기 위해 저장될 수 있겠지만, 박물관의 매력이야말로 몽상공간의 자유로움 속에 존재한다고 설명된다.

 ‘교육적 체험’은 이성적 사고의 공간으로서 그 과정은 선형적으로 진행되며 명백한 방식으로 의미가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그 특별한 본질 때문에 강의실이나 연구실을 연장한 단지 삼차원의 교과서라고 하는 위치에 국한되지 않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수행한다.

 ‘사교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은 그것이 일상생활의 사건과 다르거나 어떤 유형의 사회적 이벤트에 편리하고 연회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의 가치를 지닌다. 사회활동을 위한 장소이며 의식적인 관광매력물인데 이는 어떤 도시나 나라를 방문했었다는 증거나 사회적 특권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공유하는 경험, 편안한 분위기, 물리적 지성적 제약의 최소화라는 측면에 근거한다. 이는 또 한‘실용적 공간’으로서 아주 단순하게는 미술관의 작품은 마치 거실 대화의 소재거리와 같아서 더 중요한 인간사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전시장을 둘러보던 한 부부가 메리 카사트(인물화로 유명한 미국화가)의 자매가 그려진 그림을 보고 찬탄하며 ‘이 여자아이들을 좀 봐 너무 예쁘지 않아? 우리도 아이를 가지면 좋겠어’식의 대화를 이어간다.

 ‘사교공간’과 ‘실용공간’은 관람자가 택하는 공간과 통로 그 자체가 전시물 내용보다 더 의미를 가짐으로써 사람과 공간과 작품들 사이에 형성되는 물리적 맥락이 된다.

 현대사회에서 미술관의 사회적 실용적 의미는 점점 더 확산하여가는 추세이다. 여가적 대중문화체험의 형태가 그렇고 교육과 문화프로그램의 확장으로 지역민의 생활과 밀착되고자 한다. 어떤 경우에는 지역의 미술관을 그들의 삶의 또 다른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전유하기도 한다.

 인도의 보팔시에 있는 마디야 프레데시 종족박물관은 도시의 박물관 컴플렉스로 조성되어 국립박물관과 인류사박물관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데 상설 전시실의 훌륭하고 장대한 실내와 잘 꾸며진 외관과 정원으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또한 이 도시의 미혼 젊은 커플들이 데이트하러 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남녀간의 친교에 보수적인 인도 문화에서 젊은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데이트할 때 가족이나 이웃어른들의 참견과 잔소리하는 사회분위기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태도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커피숍이나 햄버거집에서의 데이트는 금전적 부담과 쉽게 일탈적 환경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측면에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에 비해 많은 커플들은 교육기관으로서의 도덕적 품위와 프라이버시가 제공되는 박물관에서 젊은이들은 경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외부경관과 전시장 요소요소에 마련된 개인적 공간을 맘껏 이용하고 있다. 안전함과 안락함, 품격과 교양 있는 질서가 요구되는 전시관람 태도 속에서 그들만의 로맨스와 사회적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매년 5월이면 전북도립미술관의 정원에서 열리는 완주 프러포즈 축제는 미술관이 젊은이들을 문화적 의식으로서 데이트할 수 있는 곳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지자체에서도 역점을 둔 문화행사로 지원하고 있다. 몇 년내로 도립미술관도 리모델링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과 야외정원의 친근하고도 세련된 외관을 갖추고 지역의 젊은 커플들이 만날 수 있는 친교의 장이라는 목적으로 미술관을 이용한다면 미술관으로서도 지역사회로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은영<전북도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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