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적 유전자’를 제거하라
‘소멸적 유전자’를 제거하라
  • 송지용
  • 승인 2018.12.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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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월 ‘도민을 위해 일하는 역동적인 의회’를 내세우며 제11대 전라북도의회가 개원한 후 얼마나 노력하고 뛰어왔는지를 돌아보는 사이 보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소식을 들었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주민조례 발안제 도입’, ‘재정 분권 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정부가 30년 만에 발표한 것이다.

 향후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지만 기다리고 바라던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 지방의원으로서 필자의 위치가 아닌가 싶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앙정부 중심의 행정체계로 인해 지방의회의 한계는 명확했고 주민이 만족할 수 있는 의정 활동을 펼치기 어려웠다. 그러기에 지방분권을 계속 주장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이다.

 이제야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지금, 역설적으로 우리는 지방의 소멸을 먼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줄어 앞으로 30년 이내에 전국 시군구의 40%가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

 사람이 없으면 지방정부도 지방분권도 다 소용없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을 모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빠져나가는 청년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성공했다는 인구정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출산장려금과 정착지원금을 받자고 사람들이 이주하지는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와 기반시설, 교육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살아갈 곳을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 때문에 수많은 일자리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서울 경기도로 옮겨가고 우리나라 5천만 인구 중 40%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 것이다. 많은 인구가 모여 있다 보니 도로나 철도 같은 사회간접시설이 확충되고 소비자들이 많으니 기업들과 업무지원시설이 입주하고 문화 레저시설이 들어서며 질 좋은 교육환경이 만들어져 다시 사람이 모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지방은 시나브로 소멸하는 악성 유전자로 고통 받고 있다. 인구가 유출돼 자족기능을 상실하고, 사회간접시설이 확충되지 않아 산업경쟁력이 낮아지고 이 같은 이유로 기업이 오지 않고 일자리가 줄어들며, 자치단체의 예산까지 상대적으로 깎여서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60%는 지방에 거주한다.

 그러나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수도권 사람들보다 경제, 문화, 교육 부문에서 소외받는 것은 불공평하며, 기회의 획득 측면에서도 불공정한 것이다.

 그러기에 참여정부에서는 지방자치와 분권을 위해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를 지방에 조성해 공공기관 및 기업체를 분산 배치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현 정부에서는 여기에 덧붙여 지방 재정 분권과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구현을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점차 6:4비율로 개선해 나간다면 지방재정이 탄탄해 질 것이며 이로 인해 지역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게 되면 사람이 모이고 민간투자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와 건실한 지방정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게다가 지역의 재정이 튼실해지면 자치단체마다 지역 실정에 맞는 독창적 발전전략을 실행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질 것이다.

 얼마 전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모든 국민이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만들어 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침체와 소외의 소용돌이에 무너지는 자치단체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된 실질적 지방분권을 통해 견실한 지방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확고한 시대정신이다. 그러기에 지방의원은 주권재민의 원칙에 입각해 지방분권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 것인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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