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엉킨 매듭부터 풀고 새해를 맞이하자
마음에 엉킨 매듭부터 풀고 새해를 맞이하자
  • 이소애
  • 승인 2018.12.0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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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별세한 조지 H.W.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국장을 마치고 텍사스주로 돌아간다고 한다. 텍사스주에 있는 부시 전 대통령 도서관과 기념관 부지에 묻히는데 그곳은 올 4월에 세상을 떠난 아내 바버라와 1953년 3살 때 백혈병으로 먼저 간 딸 로빈 곁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마지막 식사로 삶은 계란을 먹었으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를 들으며 잠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냐는 질문에 친구는(제임스 베이커 전국무장관) “우리는 천국으로 갈 거야”라고 편안한 생을 마감하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참 행복하겠구나 생각하였다.

 천사가 나팔을 불며 영접하는 아름다운 천국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성찰해본다.

 이소영이 쓴 <<마음의 매듭을 푸는 법>> (위즈덤하스 출판, 2012)에서 뒤엉킨 마음을 풀어야 삶도 풀린다고 한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관계의 트라우마와 이유 없이 싫은 사람과는 매듭으로 닫혀 있는 관계와, 사랑은 왜 불안과 함께 올까 등 흥미로운 매듭의 해결사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매듭은 무엇일까를 살펴보았다.

 12월은 조용히 일 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해 보는 달이다. 회개와 속죄의 달이다. 엉킨 인연의 매듭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매듭을 푸는 일은 마치 사람을 대하는 일과 같다.

 뒤엉킨 마음을 풀어야 나의 삶도 풀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제일 먼저 마음속 나와 마주할 때 매듭이 풀린다. 나를 외면하고 나를 부정하는 매듭은 풀리지 않는다. 더 얽힌다. 더 꼬인다.

 스스로 마음속 갈등과 용감하게 마주하고 갈등 속 힘겨운 감정의 골짜기를 찾아서 전화기처럼 엉킨 그림자를 찾아보는 일이 우선이다.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하루를 지내는 삶. 연인과 부모와 자식, 친구나 동료 등 강박적인 마음에서 스스로를 동여매는 마음의 매듭을 풀고 내년을 맞이하면 어떨까.

 우울과 불안 속에서 길을 헤매는 갈등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을 소멸시킨다.

 인연으로 인한 매듭을 생각해 본다. 어떤 인연의 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또는 부단한 노력으로 타인과 연결되는 일이 삶이다. 크고 작은 오해 때문에 관계가 매듭처럼 꼬일 때가 더러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자존심을 내세운다거나 밀고 당기면 매듭은 풀리기는커녕 더 엉킨다. 성질이 급한 나는 그럴 때마다 매듭을 가위로 자르곤 했다.

 얽히고설켜 매듭을 풀기란 풀지 못하는 수학 시험을 볼 때와 같은 곤혹스러운 느낌이다. 풀면 풀수록 꼬여가는 매듭을 가위로 자르고 싶은 충동으로 선물 꾸러미 위에 단단하게 묶여 있는 리본을 싹둑 잘라 내버리곤 했던 나의 성격.

 꼬이면 그냥 잘라버리면 될 일을 나는 매번 고민을 하면서 가위를 손에 쥐었다.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삶의 어려움에 부딪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우면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매듭 노리개를 생각한다. 삶의 꼬임을 화려하게 장식한 전통매듭에서 나는 삶의 방향을 얻는다.

 매듭은 가닥을 엮어 모은다는 뜻으로 하나의 끈을 가지고 세 마디 이상의 교차점을 이루며 중복의 형태를 맺는다. 매듭은 끈을 사용하여 맺고 죄는 방법으로 여러 모양을 만드는 수법이나 그 만들어진 형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전통 매듭처럼 얽힘이 얽혀서 아름다운 형태의 매듭, 즉 노리개, 책갈피, 휴대폰 고리 등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이렇듯 마음에 쌓인 응어리의 매듭은 절망이 깊어지고 의지의 부재로 누군가에게 매달리지 못할 때의 방황이 무섭다. 가난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내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용기로 매듭에 희망을 걸어보는 일도 연말인 요즈음이 제격이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 일상의 고단함을 풀어보고, 다정한 손길에서 위로받고 하는 함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소애<시인/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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