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그 준엄한 가치와 마주한 시간
노동, 그 준엄한 가치와 마주한 시간
  • 채지영
  • 승인 2018.12.06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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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作 솔아 솔아(90.9x72.7cm, 프레스코에 아크릴, 2018)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어려운 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제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의장으로 있는 2016년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주창된 용어로, 정보통신 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낸 혁명 시대를 말합니다. 물리적, 생물학적, 디지털적 세계를 빅 데이터에 입각해서 통합시키고 경제 및 산업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기술로 설명될 수 있겠습니다. 인공지능의 개발이 시작되면서부터 기계가 생산을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던 노동을 필요로 하던 일자리에 대한 위협이 마치 현실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제공하는 기회를 노동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준비하여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흠……. 서론이 너무 무겁지 않았나 싶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김선태 작가의 <솔아 솔아>입니다. 작품은 마치 평면의 회화 같지만, 석고, 석회 등을 사용하여, 모델링페이스트, 프레스코, 제소, 오공본드를 적절한 비율로 혼합하여 입힙니다. 그리고 혼합 재료가 적당히 마르기 전에 조각도와 전동 드릴과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다시 물감을 입히고 샌드페이퍼로 벗겨내기를 수십 번씩 반복합니다. 이를 프레스코 기법을 활용하여 음·양각으로 요철을 가해 조련하는 지난하고도 고행같은 미션을 수행하듯 완성했습니다.

 특히 화면 중앙에 우뚝 서 있는 소나무는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가 장엄한 모습을 보이고, 마치 눈보라 치는 역경 속에서 변함없이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한, 특히 작가가 예술을 대하는 한결같은 절개를 강조한 것 같습니다. 동양화의 장점과 특색을 서양화와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접목·융합시켜 새로운 예술세계를 펼쳐보이는 게 이색적입니다.

 이번 주 교동미술관에서는 <노동, 정신을 만들다>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술을 위한 노동은 일반 노동과는 구분을 합니다. 여기에는 가치, 자본, 보상 등 여러 방면에서 상충된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노동이라는 개념을 묶어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노동으로서의 예술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글 = 채지영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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