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이 발로 쓴 국토 인문서 ‘전라도’편
신정일이 발로 쓴 국토 인문서 ‘전라도’편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2.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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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3 : 전라도

 대한민국 도보답사의 선구자 신정일이 직접 걸으며 완성한 도보답사기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3 : 전라도(박하, 1만9,500원)’이 출간됐다.

 세 번째 시리즈로 발간된 책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광주광역시를 포함해 각 지역을 위치와 성격에 따라 11개 장으로 나누어 전라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이 지역을 살다간 선조들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저자와 함께 답사하듯 구성된 책은 온전한 땅 전주에서 그 여정을 출발하고 있다. 어느 날은 후백제의 도읍지였던 완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간직한 전주의 현재의 모습도 조망하면서 걷는다.

 그의 발걸음 따라 백제 궁궐터가 있는 익산을 거쳐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김제 만경평야에 이르게 되면 가슴이 확 트인다.

 이어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을 당긴 정읍과 부안, 고창을 가로질러 첩첩산중의 대명사 무진장까지 안내받는다. 고려와 조선의 건국 설화가 전해오는 성수산에 오르고 난 뒤, 이성계가 왜구를 크게 섬멸한 황산까지 다다르고 나면 섬진강 물길 따라 남쪽으로 발걸음이 향하게 된다.

 30년 넘게 우리 땅 곳곳을 두발로 누빈 저자의 시선을 따라 페이지를 음미하며 천천히 넘기면, 그동안 몰랐던 전라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터다.

 전라도에는 금강과 섬진강, 그리고 영산강·만경강·탐진강 등 크고 작은 강들이 비옥한 평야를 이루어 냈으며 덕유산과 지리산, 그리고 내장산·무등산·월출산 등 국립공원들이 들어서 있어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나라 안 어느 지역보다 멋과 맛이 빼어나 ‘예술의 고장’, ‘예향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전라도에서는 예술적으로, 사상적으로 독특한 사람들이 유독 많이 태어났다.

 판소리 동편제와 서편제가 전라도에서 예술로 거듭났으며, 동편제의 창시자인 송흥록과 서편제의 창시자인 박유진이 있다.

 근현대 이후에는 한국어의 우수성을 알린 미당 서정주, 수많은 소설을 남긴 이청준, 한국적 서정주의를 표현한 김환기 등도 전라도 출신이다.

 그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공화주의를 제창한 정여립의 대동사상도 전북에서 펼쳤고, 최제우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한울님”이라고 설파한 동학이 전라도 땅에서 꽃 피워 근현대사의 출발점이 된 동학농민운동이 발발했다. 그리고 그 정신은 현대에 들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통해 이어졌다.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풍류를 즐기며 잘 놀고 잘 살아왔던 전라도 사람들과의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만 남았다. 이제, 전라도 여행 끝에서는 자유를 만끽할 시간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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