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왔던 길, 내가 걸어가야 할 길’
‘내가 걸어왔던 길, 내가 걸어가야 할 길’
  • 이창선
  • 승인 2018.12.04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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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영
오남영

 오남영의 첫 번째 ‘피리독주회’가 지난달 23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길’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그녀는 전주시립국악단에서 수석 단원으로 피리와 태평소를 연주하고 있다.

 전주시립국악단에 입단하게 되면서 대구에서 전주로 온 지 10년이 되었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 연주회에 담아 보았다고 한다.

 다소 여린 체구와 나이 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를 보면 ‘피리’라는 체력이 많이 필요한 관악기와는 안 어울리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독주회 프로그램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피리 독주 ‘상령산’, 서용석류 피리산조, 대풍류, 경기민요, 최경만제 호적풍류.

 독주회는 90분 정도 이루어졌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독주회인데 전통 음악들로 구성되었고 놀랍게도 객석의 관객들은 그녀의 공연에 환호하며 추임새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공연자들 역시 자신들의 연주에 즐거워하며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 보기 어려운 공연이었다. 나 또한 공연을 보며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 대부분의 독주회가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번 독주회는 첫 번째 독주회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이 높고 재미가 있었다.

 어쩌면 독주회는 당연히 훌륭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참 성실하게 피리 수업을 받으며 열심히 연습했다. 매주 수업을 받기위해 오랜 시간 먼 길을 다녔고 매일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남영의 독주회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제 독주회를 하려면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프로그램 구성과 그에 어울리는 감동을 주는 연주 수준이어야 한다. 전통을 방패 삼아 전통이니까 원래 지루하고 지키고 공연하는 것만 해도 가치 있고 훌륭하다고 하는 것은 전통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로 가져올 뿐이라 생각된다.

 전통음악을 수준 높게 만들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오남영이 보여준 것처럼, 많은 명인들이 보여준 것처럼 전통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전통음악도 수준이 높으면 재미있다.

 또 하나는 오남영 연주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배운 것을 습득하고 완성하는 것이라면 걸어 가야할 길은 스스로의 길을 만드는 연주자가 되었으면 한다. 공연이 끝나고 그녀와 나눈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통 음악은 수많은 예인들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현재에 남아 생명력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다.

 전통 음악은 ‘유형문화재’가 아니다. 늘 변화하고 발전하는 생명체와 같다. 이제 ‘피리연주자 오남영’이 되어 기존의 전통 음악만을 연주하는 연주자가 아닌 전통 음악을 자신의 방식으로 만들어 전통 음악과 피리 연주를 확장하는 길을 가길 바란다.

 /글=이창선(대금연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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