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내생적 발전모델 ‘스마트팜’
전북의 내생적 발전모델 ‘스마트팜’
  • 이상직
  • 승인 2018.12.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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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으로 숭상 받던 농업은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 전근대적인 낙후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과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관심으로 농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해당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과 친환경 무상급식 등 시민운동과 정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에서도 농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 면에서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전통적 농업수도였던 전북에는 다시없을 호기(好機)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의 혁신성장 8대 선도산업 육성의 일환인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를 선정했다. 앞으로 전북 김제는 농촌진흥청, 실용화재단, 종자산업진흥센터,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연구개발 인프라를 활용하고 64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스마트팜 연구, 실증, 검인증 등 원스톱으로 농업과 전후방산업간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농생명 바이오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필자가 누차 주장해 온 전북 5대 내생적 발전모델(국제공항도시, 문화도시, 금융도시, 농생명 바이오도시, 미래차도시) 중 농생명 바이오도시 구상의 첫 단추가 끼워진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선진 스마트팜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스마트팜을 구축해야 한다. 유리 온실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벌써 스마트팜 2세대 기술을 적용한 ‘식물공장’을 상용화해 ‘애그리테크 이노베이션(Agritech Innovation)’으로 유럽 전역에 진출하고 있다. 또한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농업생산이 어려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는 1만 2000㎡의 광대한 토지에 세계 최대의 수직농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드넓은 국토를 보유한 중국마저도 중국과학원 식물학연구소와 푸젠 산안그룹의 합작법인 ‘중커산안(中科三安)’이 실내 하이테크 농장을 기반으로 2세대 하이테크 수직농장을 개발해 5000㎡ 규모의 농장에서 하루 3만 6천여 명이 먹을 수 있는 8~10톤의 야채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뉴욕 맨하탄 등 도시근교에서는 버려진 건물과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도시농장으로 탈바꿈시켰으며, 뉴욕에 6400㎡ 규모의 수직농장 ‘에어로팜스(AeroFarms)’와 시카고에 8361㎡의 세계 최대 수직농장 ‘팜드히어(FarmedHere)’를 운영 중이다. 심지어 전기자동차 테슬라CEO 앨론머스크의 동생인 킴벌머스크(Kimbal Musk)마저도 총 10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이뤄진 수경재배 농장 ‘스퀘어 루트(Square Roots)’를 이미 지난해 설립했다. 이 같은 스마트팜 공장에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해 온도, 습도, 일조량 등 식물생육의 최적조건을 만들어 냄으로써 살충제, 제초제, 유기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날씨와 기온에 관계없이 연중무휴로 친환경 농업생산물을 생산해 내고 있다.

 식물은 태양 토양, 천수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빛의 스펙트럼과 미량의 영양소, 여과기법을 응용한 5%의 물만 맞춘 스마트팜 농장이 있으면, 천정에 260겹까지 매달아 놓는 등 1년에 22모작으로 일반 경작지보다 130배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전북이 적극적으로 벤치마크 해야 할 지점이다. 농사의 근원은 인위적인 것이다. 이번 스마트팜 혁신밸리 유치의 쾌거를 전북의 내생적 발전모델로 특화시켜 어려움에 처한 전북 경제 재도약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직<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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