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지역거버넌스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지역거버넌스
  • 김선기
  • 승인 2018.11.2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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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1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정과제 추진 직속기구 및 대통령 자문기구 간담회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역혁신 지원기관 거버넌스 선진화방안을 보고하였다. 중앙부처가 지역에 모심어 놓은 산하기관을 패키지로 엮어 시도의 혁신 역량을 지원하도록 하고 여기에 지역의 대학과 기업을 참여시켜 명실상부한 지역혁신체계(RIS)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혁신체계 구상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균형발전의 핵심전략으로 다루어 온 터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으나 지역 단위에서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는 참신한 발상이다.

 사실 지역에는 중앙부처의 수많은 산하기관이 난립해 있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제외하고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은 2018년 9월 기준 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93개 및 기타공공기관 210개 등 총 338개에 이르며, 임직원수는 약 32만 4천여 명으로 행정부 국가공무원의 50.5%에 육박하고, 예산도 정부예산의 약 1.54배 수준의 거대한 경제규모를 차지한다. 게다가 지정받지 않아 실태 파악이 어려운 훨씬 많은 다양한 공공기관들이 지역에 산재해 있다.

 이 지역기관들은 중앙부처의 고유목적을 지역에서 실현하기 위하여 설립한 기관들이어서 저마다 기관의 미션에만 충실한 채, 소재하고 있거나 관할하고 있는 지역의 특수한 사정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중앙의 인사, 예산, 감독의 통제 하에 수직적으로 움직이는 기관인 만큼 자치단체나 지역내 타 기관과의 수평적 협력과 조정에는 매우 소극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이 기관들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지원사업, 연구·개발, 시험·조사 등의 기능은 혁신성장의 필수적인 요소여서 지방행정과 지역발전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시도와 밀접하게 연계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균형발전을 위해 야심차게 출범했던 5+2 광역경제권이 당초 기대했던 시도간 광역협력체계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난 데에는 시도와 광역경제권을 주관하는 지역기관과의 유기적인 거버넌스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의 지역기관은 맡은 사업만 집행하면 되고, 시도는 보조금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소 닭 보는 듯한” 관계가 정책실패의 본질적인 원인이다.

 진정한 지역주도의 균형발전과 혁신성장, 나아가 지역이 주체가 되는 지방자치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중심이 되고 지역공공기관들이 참여하고 협력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는 지역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하며 이것이 다름 아닌 지역혁신체계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지역공공기관들이 ‘소속되어 있는 기관의 관점’이 아니라 ‘소재하고 있는 지역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우선 지역내 공공기관의 실태를 파악한 후, 부시장 또는 부지사를 “지역조정관”으로 임명하여 지역공공기관들과의 협력·조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고 중앙부처와 지자체간의 계획협약제도의 설계 및 협력적 사업추진 등 지역거버넌스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거버넌스는 문재인 정부가 주창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이전 단계인 과도기에 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는 분권형 협치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새로운 지역거버넌스는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혁신도시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혁신도시란 혁신주체인 공공기관의 집적지이기 때문에 이곳이 혁신성장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혁신도시의 총체적 혁신역량을 지금보다 더 보강하고 결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요구하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김선기<전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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