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은행잎을 따라 걷는 길의 추억
샛노란 은행잎을 따라 걷는 길의 추억
  • 채지영
  • 승인 2018.11.2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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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곤 작 - 가을의 향기
김학곤 작 - 가을의 향기

 

 안녕하세요. 부모님께서는 전국의 명산을 등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셨는데요. 매년 가을이면 온 가족이 토요일 오후 퇴근길의 아빠가 숨 돌릴 틈도 없이 6시간씩 밀리는 차안에서 곧 만나게 될 내장산의 가을단풍을 이야기하며 내려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부모가 된 지금은 아름다운 단풍을 한시간도 안되서 보러 갈 수 있다는 것은 저도, 제 아이들에게도 행운인 것 같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도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아닌 샛노란 은행잎을 만날 수 있는 명소가 곳곳에 있는데요. 특히 11월의 전주향교의 가을은 은행나무의 노란 낙엽으로 최고의 관광객이 몰립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김학곤 작가의 <가을의 향기>입니다.

 지난 1996년부터 역량있는 지역의 작가를 발굴하고 전북미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수상자를 선정해 온 전북위상작가상이 올해로 김학곤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작가는 1980년대부터 현대화에 밀려 젊은 작가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실경 산수를 우직하게 그려내며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용담댐 건설로 물에 잠긴 고향마을의 풍경을 서정적인 색채로 진솔하게 표현하는 등 기록화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을 제작해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작품 속 노란 은행잎이 가득한 화면은 전통한국화의 기법에 채색이 더해진 수묵채색화입니다. 전통의 한국화가 지닌 필촉의 감각적인 느낌과 발묵효과에 채색이 더해져서 표현하고자 하는 풍경에 더욱 생명력이 더해졌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마치 진경산수의 풍경이 그려진 것 같지만, 현실과의 대결에서 독자적인 화풍과 자육적인 예술작업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마주한 느낌이 어떠신가요? 가을의 향기가 여러분에게도 다가오고 있나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커다란 빌딩 사이에서 보이는 가을의 풍경에 익숙한 저에게도, 굵고 오래된 노란잎의 은행나무 아래에서 한가로이 모여있는 염소들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시골의 가을향기를 전해주고 있는 풍경을 마주하니, 비록 작품 속 풍경이지만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주말에는 교동미술관에 방문해 전북작가위상전 김학곤 작가를 포함해 수상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작가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한주가 되길 바랍니다.

 

 / 글 = 채지영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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