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균형발전을 위한 제언
문화적 균형발전을 위한 제언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1.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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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기획]전북, 사람 중심의 문화를 꽃피우자 <4>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역은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더디고, 방향은 선거가 끝날 때마다 바뀌고 있으며, 서울공화국인 현실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지역문화분권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 과연, 지역문화민주주의를 성취할 수 있는 것일까? 이정덕 전북대 교수와 지역문화분권을 주제로 여러 가지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Q. 지난 2001년 문화분권은 국민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삶의 주체가 되는 문화민주화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셨습니다. 그때와 17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지역의 문화예산이 증가하고 자율적 문화정책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정책과 활동에 있어 여전히 중앙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우선, 이러한 정의는 장기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꿈일 수 있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이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문화란 예술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영역 전체를 포괄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 누구나 자기 삶의 주체가 돼야 하고, 자기 삶의 의미와 만족과 감성을 품에 안으며, 자기 자신을 매개로 실현해야 합니다.
 

 Q. 2000년대 초 지방분권국민운동 문화분권팀장으로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지역문화분권, 결이 다른 부분이 있나요?

 -그때는 지금보다 현실이 열악해 이상적인 내용이 많았고, 지금은 조금 더 구체화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주민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생활문화센터들과 관련된 것들, 또는 주민들이 직접적인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들을 많이 담고 있죠. 노무현 정권 때는 말은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그때는 수도 이전과 혁신도시 이전 문제에 많은 에너지를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죠. 지금은 그때보다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Q. 지역문화분권과 관련해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 지역의 분위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현 정부는 생활문화센터 등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를 가꾸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도 문화에 관심이 많고, 무엇인가 감성적이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을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스스로 동아리에 참여하고, 그림도 그리고 악기 연주도 하고, 무대에도 서보면서 직접 즐기는 것이지요. 먹고 살만해지면서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욕구는 커지고 있는 것이지요. 주민들의 욕구를 직접적으로 연결해서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도 조성돼 있고요. 동네마다 식당도, 카페도 과거와는 다르게 세련된 분위기의 공간도 많아졌죠.

 Q. 주민들이 직접 문화를 고민하고, 즐기는 사회적 토대는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데, 지역문화분권의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가요?

 문제는 지역 안에서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노력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러한 행위들이 정부의 공적인 예산지원이 없으면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서 만들만한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전북에서는 비교적 풍족한 편인 전주의 경우도 괜찮은 공연물이 이틀 정도 공연되고 나면, 관객이 없다고 해요. 지역 내 여러 공연 단체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자체 재생산은 불가능한 상태에 가깝기에 지속적으로 공공지원을 매개로한 펌프질이 필요하죠. 공연을 선보이다거나 축제를 연다고 해도 지역에서 하면 유명해지기가 힘들어요. 대부분의 품평이 서울에서 이뤄지고 재단을 하죠. 그 레이더 속에 들어가 살아남아야만 전국적인 유명세를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지방에서는 생존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Q. 지역문화분권의 걸림돌은 고질적인 중앙집중적 사고와 문화활동이라는 말씀이신 것이죠?

우리나라가 자그마치 1500년 동안 중앙중심국가였어요. 이처럼 강력한 나라도 없었을 거에요. 대중문화를 생산하는 체계에 있어서 자본이 필요하고, 그것에 관련된 인재가 필요하고, 그것과 관련된 기술이나 채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 서울에 집중돼 있어요. 한국은 특히 심해요. 대중들에게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는 문화상품은 서울 말고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심지어 영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부산의 경우도 영화제와 필름마켓만 되지, 실제로 기획을 해서 상품을 만들어서 세계로 내놓는 일은 못하고 있지요. 전주에서도 영상산업의도시를 만들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보였던 때도 있었지만, 불가능해요. 전주에서 핸드폰과 모바일 게임 산업을 키우기 위한 지원도 했지만, 업체들은 조금 성장하는가 싶다 하면 서울로 근거지를 옮겨요. 왜냐하면 생산과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 본점이 위치한 자리의 명성이나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 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지역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지원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요.

 Q. 그래도 지역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지역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지역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이나 축제도 있지요. 이를테면, 춘향과 관련된 축제는 남원이 유리해요. 지역적 특색과 연관되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파급효과가 큰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서울이 유리할테지만 말이죠. 매체를 통해 퍼뜨릴 필요 없는 약간의 공연이나 전시들이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지요. 다시 반복되는 문제지만,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 중앙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더라도 중앙에 비해 쳐질 수 밖에 없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에요. 지역에서 좋은 공연이나 전시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중앙에서는 평론 대상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아요. 지역의 자부심으로 발전시키는 구조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지요. 결국 공공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던지, 아니면 다른 일을 업으로 두면서 희생을 해야 하죠. 지역에서는 공공기금이 투입되는 축제야 근근이 버텨나가지만, 여타의 예술장르는 상당히 힘겨운 상태죠.

 Q. 결국, 가장 시급한 일은 정부의 기능과 예산,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일이겠죠?

 우리나라는 서울이 대중매체와 모든 장르의 예술을 장악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닙니다. 각 지역을 특화해 하나씩이라도 전국에서 주도권과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주하면 판소리를 집중시켜 매체에서도 그 지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겠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국악원, 국립도서관,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이 왜 서울에 모두 서울에만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의 총체적인 시스템이 집중화 되어있는 서울을 깨뜨려야 해요. 현재의 세종시는 서울에 있는 핵심부서의 하수에 불과한 모양새죠. 공간과 권력을 함께 이동시켜야합니다. 정치와 교육, 행정, 경제의 중심지가 각각의 도시로 분산된다면 마인드도 분산될 수 있지요.

 Q. 완벽한 지역문화분권의 성립은 가능할까요?

 글쎄요. 이뤄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꿈은 가지고 있어야 하겠죠. 꿈을 가지고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언젠가는 지역은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 각 지역별로 특성화를 시킨 부분이 지속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래서 시장성을 전국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밀어줘야합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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