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핸들이 검이 되지 않기를
당신의 핸들이 검이 되지 않기를
  • 이춘호
  • 승인 2018.11.26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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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참 빠르다. 올해도 우리 몫으로 달랑 2장의 달력이 남았다.

 세월을 문틈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백마에 비유하기도 하고, 오죽하면 하루는 길고 한 달은 짧다고 했을까?

 교통안전에 선택과 집중은 무엇일까? 이미 우리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안전시스템 속에 모든 안전장치가 녹아 있다. 모든 것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철저히 매진했는가?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800여년전 칭기즈칸의 책사였던 야율초재는“새로운 일 하나를 만들지 말고, 불필요한 일 하나를 버리라”했는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실로 크다.

 그동안 우리는 교통안전에 저해되는 음주운전, 난폭운전, 과속, 스마트폰 사용 등의 법규위반에 얼마나 단호한 채찍들을 가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발생했던 국내 대형 교통사고인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 서해대교 추돌사고, 청량산 관광버스 추락사고, 경부고속도로 전세버스 화재사고 등이 운전자의 사소한 부주의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라 할 수 있다.

 결국은 불안전한 운전자 요인과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대형 교통사고를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지는 시스템을 더욱 보완하고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

 교통재앙은 반복적으로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오늘도 도로 위에서 운전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다수의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일명 칼치기 운전이라는 용어가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 통용되고 있다. 좋은 말은 아니지만, 의미는 알아두는 것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될 듯하다. 칼치기 운전이란 무리한 끼어들기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단순히 차량간격을 살짝 무시한 정도에 해당한다기보다 차량 사이사이를 마치 칼로 쓱쓱 베듯이 날카롭게 추월하여 앞질러가는 경우를 말한다. 이럴 때 핸들이 곧 검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각박해져서인지 잘 끼워주지 않아서 더욱 칼치기하는 습성이 배일 수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거나 합리화한다. 난폭운전에 해당하는 칼치기 같은 운전행태는 도로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다른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는 이기적인 행태이다.

 칼치기는 도로 위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난폭운전과 같다.

 보복운전은 고의로 특정인에게 차량 통행을 방해, 상해, 폭행, 협박, 손괴 등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청의 보복운전 단속 결과를 보면, 급제동·급감속 유형이 가장 많았으며, 밀어붙이기, 폭행·욕설 순으로 나타났다.

 보복운전은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시작되지만, 도로에서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로 사소한 시비가 되어 고속도로 보복운전으로 승용차를 몰던 50대 여성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한 교통사고도 있었다. 핸들을 잡았을 경우에는 사소한 감정적 대립이 결국 생명을 앗아가는 대형 사고를 초래하게 된다.

 보복운전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원인은 위에서 언급한 운전태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집중을 요하는 운전도 경쟁으로 생각해서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는 상대 운전자의 사소한 행동에 울분을 참지 못해 정상범위를 넘어선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복운전은 특수협박죄 등에 의해 처벌받는다. 자동차는 사용방법에 따라 위험한 흉기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협박죄에 해당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핸들을 잘못 사용하면 곧 검이 된다는 얘기가 여기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복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보복운전자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이 보복·난폭운전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보복·난폭운전 신고건수가 감소했다. 형사 입건되는 경우도 대폭 줄었다고 한다. 보복운전에 대한 경찰의 집중적인 단속이 효과가 있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운전자 스스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혹시 운전 중 자신도 모르게 버럭 화가 나는 순간이 있었는가? 그럴 때는 심호흡을 하면서 숫자를 세어 보는 게 좋다. 이 순간만 잘 넘긴다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일 이럴 때 시간이 없어 마음이 급하다면 상대방 차량에 경적을 울리거나 맞대응을 하기 쉽다.

 보복운전을 예방하는 ‘3초의 마법’이 있다. 자신이 운전하는 도중에 끼어들거나 길을 막아 상대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줬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비상등을 2,3초 켜주면서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시하자. 그러면 욱하던 상대 운전자의 감정이 마법같이 녹아내릴 것이다.

 이제 단풍도 그림처럼 기억으로 남고 제법 찬기운이 겨울의 전령사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운전에는 누구에게나 왕도가 없다. 사계절 모두 운전에 복병은 곳곳에 숨어있다. 좋은 나들이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되지 않도록 언제 어디서든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핸들은 잘 사용하면 웃음과 편리를 가져다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자칫 검이 되어 흉기가 되는 것이다.

 당신의 핸들이 검이 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이춘호<한국교통안전공단 전북본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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