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완판본, 새로운 작품의 탄생
뮤지컬 완판본, 새로운 작품의 탄생
  • 홍현종
  • 승인 2018.11.2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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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역의 목판인쇄를 말하는 ‘완판본’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공연되었다. 이름하여 ‘뮤지컬 완판본’.

 이 작품은 전주문화재단의 ‘전주 이야기자원 공연화’사업의 최종 선정작으로, ‘전주의 기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 자원을 활용한 지역 콘텐츠 발굴’을 목적으로 하였다.

 작품의 대략적인 흐름은 조선후기 전라도 지역의 민심이 동요된다는 소문이 돌자, 임금은 암행어사를 급히 전주에 파견한다. 지역의 토호세력들은 민심의 이반이 요상한 책 ‘방각본’에서 비롯됐다고 주장을 한다. 그러나 암행어사 ‘김환’은 전주 여인 ‘이설’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통해 논어, 맹자 등 고전에서 만난 이론들과는 달리 저잣거리 백성들의 삶이 소설 속 요상한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우선 이 작품 ‘뮤지컬 완판본’은 재미있다.

 내용이 쉽고 재미있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첫째, 완판본이라는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교훈적’이지 않고 쉽게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지원사업 작품들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은 해당 작품의 주제에 대해서 ‘알려주고’ ‘교육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일반 관객들도 그러한 교훈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작품의 제작진은 그 간극을 현명하게 잘 풀어냈다.

 둘째, ‘창극’이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은 물론 전통적인 소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당연히 ‘창극’으로 제작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관객들에게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로 인식될 수 있었던 이유는 뮤지컬이라는 현대적 장르로 제작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어려운 사자성어보다는 쉬운 대화체 대사를 통해 의미 전달이 잘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일반관객의 입장에서 정통 창극을 관람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란, 어려운 사설과 대사로 인하여 작품의 정확한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이며, 별도의 정보와 교육이 있어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관객들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부분이 몇 가지 더 있는데, 우선 지역의 우수한 소재를 선정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는 점은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작업으로 칭찬할만한 일이다. 소규모 제작진이 알차게 준비한 작품 구성은 향후 이동성과 연속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며, 이 작품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회성 공연이 아닌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과정을 통해 보다 완숙한 작품으로 변신시키고자 하는 제작진의 자세는 지역의 콘텐츠 지원사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작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아쉬운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음향 전달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느껴졌다. 공연장이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 때문인 것인지, 장비의 문제인지, 아니면 인력의 문제인 것인지, 관객은 보다 좋은 음질의 공연을 원한다. 또한 뮤지컬을 관람해본 관객들이 느끼기에 아직은 부족한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인상적인 대표곡(뮤지컬 넘버)이 없다는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공모사업 선정 이후, 길지 않은 시간적 한계로 인한 제약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관객들은 완벽하게 준비된 작품을 원한다.

 반면 올해 4월 공고를 시작한 사업이 10월에 최종 선정되고, 11월에 무대에 올려졌다는 사실이야말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소재를 바탕으로 현재의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제작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향후에 보여줄 발전된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글 = 홍현종(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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