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의 핵심은 공정한 일터 조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의 핵심은 공정한 일터 조성
  • 정영상
  • 승인 2018.11.25 16: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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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언론을 통해 일터와 관련한 기사를 거의 매일 보게 된다. 고용과 실업, 정규직·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도급·파견·촉탁·용역 등이 주요 이슈들이고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최대 현안이다.

 기업이 비정규직이나 도급, 촉탁, 용역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게 비용 절감 문제일 것이다. 원청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외에도 인사노무관리 등 여러 가지 면에 있어 편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청의 이러한 경영방식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 청년실업 문제도 상당 부분은 여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중소기업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청년들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등 근로조건이 좋은 직장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청년들이 눈을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이것이 정답일까? 물론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본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것은 본인이 일한 만큼 또는 본인의 생산성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발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중소기업은 청년들에게 그들이 일한 만큼 보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업의 재정능력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원청의 협력사로서 부품을 납품하거나 도급을 받아 원청과 같은 장소에서 일한다. 특히, 원청과 같이 일하는 도급업체의 경우 업무 난이도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고 위험도는 오히려 높을 수 있다. 그럼에도 원청과 협력사 근로자들의 임금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도급은 대부분 노무 도급이다.

 일하는 장소를 불문하고 협력사 또는 도급업체라는 이유로 유사한 일을 하면서 급여 차이가 나는 게 정상일까? 우리 사회는 시장경제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만능은 아니다. 결함이나 단점이 발견되면 이를 보완해야 시장경제가 더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개선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이 되어야 할까? 이 문제는 중요하다. 도급(노무)단가를 결정할 때 생산성을 반영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원청과 협력사·도급업체 근로자 간 급여 차이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원청은 이렇게 해도 교육이나 노무관리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이익이다.

 대기업은 벌어들인 돈을 기부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이를 홍보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사회에 기여 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고 우리 사회에 더욱 기여 하는 것은 생산성을 반영한 도급단가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도 발전할 수 있고 근로조건도 좋아져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 하는 것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원청도 직접 고용을 기피 할 이유가 줄기 때문에 채용을 늘릴 수 있다.

 지금 정부에서는 청년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촉진수당 등 많은 청년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함께 원청이 도급단가 책정에 생산성을 반영한다면 우리 사회의 청년실업 등 고용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다.

 원청이 또 하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원청은 정규직 외에 직접 고용하고 있는 촉탁 형태의 근로자들도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임금 결정에 생산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이 하는 업무가 상시 지속적인 업무라면 공정성 차원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같은 작업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 채용형태 또는 회사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차별을 받는다면 공정하다고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청은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라는 주장도 있다.

 원청은 주로 대기업이다. 그래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중요하다. 대기업이 불법파견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합리적 원·하청 관계 형성을 통해 공정한 일터 구현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근간은 직장이다. 공정한 일터는 곧바로 공정한 사회로 이어질 수 있고 공정 사회의 밑거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의 핵심은 공정한 일터 조성에 있다. 우리 모두 여기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정영상<고용노동부 전주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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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2018-11-25 23:13:44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것은 본인이 일한 만큼 또는 본인의 생산성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발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는데, 공정한 일터가 조성된다면 분명 인력이 활성화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