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맛, 물의 조건
차의 맛, 물의 조건
  • 이창숙
  • 승인 2018.11.25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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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41>

 매일 마시는 차이지만, 차를 마시기 전에 항상 따르는 생각들이 있다. 어떤 차를 마시지. 차가 결정되면 어떤 물로 차를 우릴까. 이렇게 차 맛과 향기를 상상한다. 가끔은 좋은 물이 있어 좋은 차를 생각하기도 한다. 이처럼 차와 물은 같이 어우러지는 하나의 몸과 같다. 한국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1786~1866)가 『다신전』에서 말한 “차는 물의 신(神)이요 물은 차의 몸(體)…』”이라 했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여기에 좋은 벗이 있다면 차 맛은 더욱 좋을 것이다. 며칠 전 첫눈이 내리니 차 맛이 절로 생각났다.

  차를 우릴 때는 기본적으로 깨끗하고 건강한 물이어야 한다. 이물질이 있거나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는 물을 사용하면 안 된다.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의 색, 향기와 맛에도 영향을 미친다. 좋은 물은 차의 맛과 향기를 제대로 드러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차의 맛과 향기를 감소시켜 실망이 클 것이다. 차의 색, 향기, 맛을 즐기려면 물을 잘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은 생수, 수돗물과 정수기 물이 있다. 생수는 물을 마시기에 안전하고 적합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처리 과정을 거친 후에 페트병에 담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페트병에 들어있어 보관을 잘 해야 한다. 개봉하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수돗물은 정수과정에서 염소를 사용해 냄새가 나기 때문에 차를 우리는 물로 사용했을 경우 염소 냄새로 인해 차의 향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염소 냄새를 제거하는 기술을 발휘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물을 받은 뒤에 4시간 정도 실온에 둔 뒤 염소 냄새를 제거해 사용해도 되고, 물이 끓은 뒤 뚜껑을 열어 2~3분 더 끓이면 염소 냄새는 제거된다. 정수기 물은 정제하는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역삼투압 방식을 사용해 정수한 물은 물속에 있는 불순물과 미네랄도 걸러진다. 순수하고 깨끗한 물이지만 미네랄도 걸러진 상태이다. 물에 녹아있는 미네랄은 물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미네랄의 함유 정도에 따라 물맛이 다르며 연수(軟水), 경수(硬水)로 나눈다. 차의 맛과 향, 색은 물에 의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차를 우릴 때 주로 생수를 사용한다. 생수는 먹는 샘물로 연수이다. 차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향을 충분히 끌어내므로 차다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녹차를 우렸을 때 탕색은 연하고 맛과 향이 강하게 추출된다. 찻잎의 양을 조절하면 떫은맛을 적게 할 수 있다.

  홍차의 본고장 영국의 물은 경수이다. 경수는 마그네슘과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있는 물이다. 홍차의 경우 중경수로 우리면 차 맛이 편하다고 한다. 연수와 경수중에 어느 쪽이 홍차에 적합한지는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경험을 살려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르면 좋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차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전기 포트에 담겨있던, 이미 끓여 사용했던 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차 주전자는 청결해야 한다.

  물을 끓일 때 작은 기포가 생기면 조금 기다리며 온도를 맞춘다. 물을 너무 오래 끓이면 산소가 사라지게 된다. 홍차의 경우 물의 온도가 95~98℃가 되면 차를 끓이기에 적당한 물의 온도로 좋다. 차의 종류에 따라 물의 온도를 적절하게 맞추면 차의 맛과 향기를 만들 수 있다. 물을 끓일 때 신중을 기해야한다. 차마다 특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는데 물의 온도에 따라 깊은 향을 낼 수도 있으나 차의 맛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종류의 차라도 품종과 차나무 환경, 제다 방법에 따라 차를 우리는 적정한 온도가 존재한다. 획일적이지는 않다. 명나라의 장대복은“ 차의 특성은 물에서 나타나며 품질이 낮은 차라도 좋은 물을 만나면 좋은 차가 되고, 아무리 좋은 차라도 물이 좋지 않으면 원하는 차를 마실 수 없다.”라고 하였다. 기호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 차의 맛과 향기와 색을 즐기는 것이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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