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의 부곡 하와이 교훈
전주 한옥마을의 부곡 하와이 교훈
  • 안도
  • 승인 2018.11.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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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 위치한 부곡하와이가 28년의 명성을 뒤로 하고 폐업을 결정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서민들의 유일한 휴식처였고, 신혼여행의 추억이 있는 곳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던 네임드 명소 부곡하와이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면서 관광지로서 기능을 중지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문득 우리 전주의 한옥마을의 미래가 떠올랐다. 왜일까? 부곡하와이의 몰락을 가져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근지역에 워터파크 등이 생겨나고 여행패턴도 달라지는데 그 같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점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요즈음 주52시간 근무에 따른 수혜주로 1위가 관광(46.5%)이다. 주52시간 근무제의 도입은 일상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가족중심주의 문화 형성이다. 일요일이면 TV 앞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이부자리에서 뒹굴던 직장인들이 가족과 함께 집 밖으로 나서고 있다. 근교 나들이 또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공연관람 등 가정의 화목한 분위기로 패턴변화의 흐름을 읽어본다.

 그리고 피서 등 여름철에 집중됐던 휴가계획이 점차 주말 위주의 여행으로 변모하고 있다. 가족 혹은 동호회, 친구, 연인 등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국내 테마 여행 패키지 상품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한옥마을은 관광 1번지 유지를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리는 먼저 전주를 다녀간 네티즌들의 우려 목소리들을 귀담아 들어보자.

 전통문화콘텐츠 등 내용은 없고 그저 먹고 노는 돈벌이들만 가득하여 일장춘몽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관광객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나 길거리 음식을 중심의 지나친 상업화 경향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통은커녕 시골난장과 다를 바가 없으며 한옥마을과 어울리는 상품은 없고 먹거리와 조잡한 장난감들뿐이다. 전통의상 입고 사진 찍으며 놀기는 좋았지만 두 번은 오기 싫다. 한옥마을이 유명 관광지가 되기 전에는 인사동에 견줄 정도로 정말 좋았지만, 지금은 SNS 인증용이나 국적불명의 먹자골목으로 전락해 안타까워했다.

 물론 이러한 우려들이 모든 관광객들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귀담아들을 말들이 많다. 우리 한옥마을은 경기전과 향교, 객사, 전라감영, 풍남문 등 조선시대의 역사적 공간이 남아 있고, 국립무형유산원과 어진박물관, 전통문화의 전당, 전동성당, 전통술박물관, 전주부채문화관, 완판본문화관, 전주소리문화관 등이 위치해 전통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따라서 이곳들을 중심으로 벨트권 관광지를 만든다면 한옥마을의 밀집현상에서 이동 동선이 체계적이고 맞춤형 관광이 가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아중리 중심의 호반관광 벨트를 만드는 것이다. 호수 주변에 철따라 피는 철쭉, 코스모스, 국화 등을 심고 노래하는 분수대, 보트 및 오리 배타기, 호반 데크 길 걷기, 아중역 레일바이크, 호반 야경, 달빛걷기 등을 관광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삼천동에 막걸리 골목이 있다면 아중리에는 한식골목을 형성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벨트는 덕진공원, 도립국악원, 전북문학관, 어린이회관, 소리문화전당, 동물원, 체련공원, 편백나무 숲, 조경단 등을 묶어 체험 및 가족단위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지 전동성당을 비롯해서 숲정이, 풍남문, 치명자산, 초록바위, 초남이 성지 등을 묶어 전국 천주교인들의 순례지를 만드는 것이다.

 한옥, 한지체험, 서예, 소리, 한식, 한방, 공예 등 전주의 전통 생활문화를 문화시설로 테마화하여 체험, 볼거리 등 문화와 관광이 소통되는 공간으로 문화콘텐츠를 계승하여 여기에 한옥마을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하는 전통마당극이 펼쳐지고, 전주한지축제,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비빔밥축제, 전주대사습놀이, 태조어진행렬 등 전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축제들을 통해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한옥마을을 만들어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 누구라도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안도<전라북도국어진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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