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버려야 할 문화, 갑(甲)질
이제 버려야 할 문화, 갑(甲)질
  • 김형완
  • 승인 2018.11.25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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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방송에서 권력이나 지위, 재력을 이용해 부하 직원 등 타인에게‘갑질’을 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예전에는 없었던‘갑질’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인가 일상어이자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사전적인 의미로 갑질은 계약관계 시 쌍방을 의미하는 갑(甲)과 을(乙)을 나타내는 말인데, 권력관계상 위에 있는 갑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을에게 행하고 있는 각종 부당행위를 의미한다.

 우리사회에 이러한 갑질이 나타난 배경을 알아보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무한경쟁체재와 물질만능 주의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어렵게 이정도 위치까지 올라왔으니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우월적 위치를 확인하고 상대방이 복종하는 것에 대해 희열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날로 심해지는 빈부격차, 높아지는 노인 빈곤율, 증가하는 비정규직 비율, 악화되는 청년실업문제 등 도처에 문제가 산재해 있어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자신들은 남들과 비교하고 비교되면서 쉽게 분노감과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이런 감정들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어 탈출구를 찾게 되는데 바로 앞에 있는 부하 직원이나 상대적으로 약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쏟아 붓고 비워낸다. 이런 분노와 좌절은 갑에서 시작해서 을로 이동하게 되는데 을은 자신이 부당하게 당했다고 여기면서 화가 치밀고 무기력감을 느끼지만 정작 갑은 을의 마음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을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일어났다고 간주해 버린다.

  최근 방송채널을 달궜던 대표적인 갑질 사건을 보면 이른바 대기업 오너일가의 대한한공 땅콩회항 사건, 백화점에서 주차요원 아르바이트생이 차량을 빼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무릎을 꿇게 했던 백화점 모녀사건,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에게 무거운 택배 짐을 옮겨달라고 했던 경비원 폭행사건, 택배차량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 등이 있다. 이런 사건들이 그 동안에 없었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수없이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당장은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일어나는 사람들 사이의 갑질은 우리 자신이 노력한다면 바뀔 수는 있다. 갑질 형태의 의사소통에 숨어있는 부당한 감정이 오고 감을 안다면 이 문제를 바꿀 수 있다. 이런 우리나라의 갑질문화에 대해 대통령은“국민의 삶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불공정 적폐로 이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무관용의 원칙을 강조한 만큼 이제는 개인, 기업, 사회 모두가 책임 있는 인식을 가지고 갑질근절에 동참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사람에게는 갑과 을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동일하고 동등한 인격체이며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현재 갑질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각자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김형완<서부지방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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