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과 쌀값
‘라쇼몽’과 쌀값
  • 최지훈
  • 승인 2018.11.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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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 작품 라쇼몽(羅生門)이라는 영화가 있다.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서로 다른 기억에 관한 내용으로 우리가 믿는 ‘진실’이 각자의 관점이나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 준다.

최근 쌀값을 둘러싼 이슈를 가만히 들여다면 문득 앞서 언급한 ‘라쇼몽’이라는 영화가 떠오르곤 한다.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쌀값이 ‘폭등’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안정화’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데에는 분명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쌀값 단위에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일 듯싶다.

쌀 수매 시에는 40kg 조곡을 기본 단위로 하여 가격을 매기는 반면 변동직불금의 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을 정할 때는 80kg 정곡을 기초로 하여 가격을 책정한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이 접하는 쌀은 40kg나 80kg가 아닌 4kg, 10kg, 20kg가 대부분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언론 매체를 통해서 쌀값이 언급될 때마다 많은 소비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8.6%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1인 가구 수는 561만8,677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4kg, 5kg 단위 쌀 판매량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해 편의점에서 1kg 포장용 쌀까지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40kg 또는 80kg 수량 단위를 기초로 하는 쌀값이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수량 단위는 쌀값이 비싸다는 오해만 소비자에게 불러일으킬 뿐이다. 합리적인 가격단위 설정이 필요하다.

최근 다수의 쌀 생산자 단체들이 기존 80kg 수량 단위를 1kg로 변경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이제는 쌀이 비싸다는 오해를 벗고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쌀을 소비할 수 있도록 이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때다.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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