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예방, 하나의 문화로 정착
산업재해 예방, 하나의 문화로 정착
  • 최규명
  • 승인 2018.11.22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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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1일은 대부분 사람들이 제과회사의 마케팅으로 일명 ‘빼빼로데이’라는 행사를 떠올리는데 전라북도 도민에게는 가슴 아픈 사건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 1977년 11월 11일 금요일 저녁 9시 15분에 이리역에서 초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었다. 이 폭발사고로 인해 지름 30m, 깊이 10m에 이르는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고, 반경 500m 이내의 건물이 대부분 파괴되었다. 철도원 9명과 시민 등 총 59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7,8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이는 그때까지 발생한 폭발사고 중 최악의 참사였으며, 1993년 부산 구포 역 열차 전복사고와 함께 대한민국 역대 최악의 열차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다이너마이트와 전기 뇌관 등 40톤의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이리역에 정차하던 중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어둠을 밝히기 위해 열차 안에 켜놓은 촛불이 다이너마이트 상자에 옮겨 붙은 것이 원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빼빼로데이’를 맞아 즐거워할 때 전북도민들과 익산 시민들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안전수칙과 자그마한 원칙들을 준수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초대형 참사는 예외 없이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과실이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산업재해 역시 사업주가 안전이나 보건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산업재해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한 해 평균 전북지역에서만 3,000여 건에 달하는 산업재해로 60명 이상이 숨지는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필자와 동년배인 독자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생계를 위해 고향을 등지고 도시 변두리로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고, 눈비 피할 단칸방 하나라도 감사했다. 주경야독일망정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해하던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일터의 작업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일감만 있으면 주·야간이 따로 있을 리 없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휴일 근무도 마다치 않았지만, 특근수당은 언감생심 있었다. 요즈음 ‘워라벨’ 같은 호사스런 용어는 사전에도 없던 시절이었다. 가난을 이겨내고 싶은 헝그리 정신으로 다른 선진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달성한 경제성장을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압축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의식을 제대로 배양하지 못해 안전이 필요할 때 국민이나 근로자 앞에는 안전이 없었다.

 농업사회에서는 작업 기구는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았고, 작업속도도 조절 가능해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성을 가졌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효율성을 높이고자 작업 속도를 사람이 아닌 기계의 성능에 맞추면서 근로자들은 상시적 위험 속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에 있는 기업 집단별 안전수준은 외국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순으로 현저히 낮아진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90% 이상, 근로자의 80% 이상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이 안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는 인명의 손상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손실로 확대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추정액은 2013년 19조원이던 것이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22.2조원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산업재해는 과거에도 발생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LX공사도 현장업무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표준작업 절차서나 지침서, 매뉴얼을 만들어 대비하고 있으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은 국민의 귀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임에도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규제를 통해서 산업재해를 강제하는 것을 넘어서 고용자와 근로자 스스로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예방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순간의 잘못이 돌이킬 수 없는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산업재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인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규모에 걸맞은 안전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안전이 문화로, 생활로 정착되는 것이다.

 최규명 LX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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