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의 초상, 고명구의 봉무(鳳舞)를 만나다
재인의 초상, 고명구의 봉무(鳳舞)를 만나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1.22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유년시절부터 시작했던 춤. 그 춤이 좋아 고집스럽게 지키며 50여 년의 세월을 살아온 고명구 명무가 예스런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스승을 사사하며 온 몸으로 익혔던 춤을 하나씩 풀어내는 뜻깊은 무대를 펼쳐보이는 것인데, 그 숨막히는 아름다움에 절로 숨죽이게 될지 모른다.

 고명구 춤 益才가 주최·주관하는 ‘재인의 초상, 고명구의 봉무(鳳舞)’가 24일 5시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 중공연장에서 펼쳐진다.

 고명구 명무는 이번 공연에서 한국춤을 대표하는 입지적인 남자 명무 故 한성준, 故 최현, 최선의 춤사위를 실연하며 전통예술의 계승과 위상을 높일 예정이다.

 작품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번 공연의 테마는 상상의 상서로운 새, 봉황(鳳凰)에서 착안했다. ‘봉’은 남성을 의미하고 ‘황’은 여성을 의미하는데, 봉무란 여성 춤꾼이 남성 춤꾼의 춤을 춘다는 것을 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스승인 故 최현, 박재희, 최선, 이길주 명무의 길을 따라가며 평생 익혀온 기량을 보여준다.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그 정신세계까지도 고집스럽게 담아내려고 한 흔적은 뜨겁기까지 하다.

 이날 선보이는 작품은 ‘동초수건춤’, ‘연가’, ‘비상’, ‘호남교방무’, ‘오고무·버꾸춤’, ‘태평무’, ‘호남산조춤’, ‘십이체장고춤’ 등으로 각 마당마다 화려함과 우아함으로 변주된다.

 특히 고명구의 독무로 만나게 되는 ‘비상’은 드높은 창공을 나는 학의 고고함과 미를 한껏 살려 주목된다.

 故 최현에 의해 1976년 TBC향연에 초대돼 초연한 이래 1993년 한국무용협회에서 한국의 4대 명작무 중 하나로 지정한 춤으로, 남성춤의 호방한 기개와 기품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전라도 지방 권번에서 추어지던 수건춤을 최선 명무가 재정리해 안무한 ‘동초수건춤’과 호남의 판소리와 시나위를 바탕으로 한 산조음악에 맞춰 추는 ‘호남조춤’으로 전통과 신명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특별출연에는 임미례 어사랑전통무용연구원 대표가 출연해 버꾸춤과 십이체장고춤을 선보이며 멋과 흥을 한 층 더한다. 해설에는 이병옥 무용평론가가 나서며, 제자들도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길주(전북무형문화재 제47호 호남산조춤 보유자) 호남산조춤보존회 이사장은 “스승이 가지고 있던 춤의 정신세계를 자신의 마음에 담아 그 춤의 세계를 무대에서 펼치는 모습이야말로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면서 “익산을 묵묵히 지켜온 고명구 선생이 앞으로 더욱더 참다운 예인과 명무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공연은 전석 초대로 이뤄지며, 한 시간 전부터 좌석권을 배부한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