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일 밤 11시, 신문 배달이 시작된다
[르포] 매일 밤 11시, 신문 배달이 시작된다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11.21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9일 전북도민일보 서신센터에서 신문배달 체험에 나선 본보 김기주 기자가 신문을 배달 차량에 옮기고 있다.   최광복 기자
지난 19일 전북도민일보 서신센터에서 신문배달 체험에 나선 본보 김기주 기자가 신문을 배달 차량에 옮기고 있다. 최광복 기자

 “30년 넘게 신문 배달하느라 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죠.”

 지난 19일 오후 11시 전주시 전북도민일보 서신 지사 사무실.

 6~7평 남짓한 공간에서 이효백(48) 지사장은 내일자로 배송될 신문을 기다리면서 내뱉은 한마디다.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이뤄지는 신문 배달. 그 현장을 동행해봤다.

 사무실에서 만난 이 지사장은 이날도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신문 배달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오후 11시 10분. 인쇄소를 출발해 신문을 싣고 지사에 도착한 승합차량 안에는 ‘11월 19일자 전북도민일보’가 900여 부가 실려 있었다.

 이내 이 지사장은 200부 단위로 꾸려진 신문을 사무실 안으로 옮겼고 다른 배달 기사가 가져가기 쉽게 신문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 지사장은 “본격적인 일과는 밤 11시쯤 시작한다”며 “전북도민일보를 비롯해 전북 지방지와 중앙지를 분류해 배달 준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오후 11시 30분께 배달 기사가 탄 승합차 여러 대가 차례대로 도착했다. 부쩍 쌀쌀한 날씨 탓에 다들 방한복과 모자 장갑을 착용한 배달 기사들은 이내 신문을 옮겨 싣기 시작했다.

 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지사장은 “차라리 추운 게 낫다”면서 “비나 눈이 오면 답이 없다. 신문을 일일이 비닐에 담는 건 기본이고 배송 자체가 늦어져 전체적인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배달은 오전 6시 전후로 끝나지만 눈이나 비가 올 경우 배달이 늦어져 2~3시간 정도는 지연된다는 게 이 지사장의 설명이다.

 시간이 흐르자 사무실엔 중앙지와 지방지를 비롯해 신문 수천 부가 쌓였고 기사들은 본격적인 배달에 나섰다.

 오전 1시. 첫 번째 배달 지역은 아파트 단지였다. 아파트가 밀집된 전주시 서신동 특성상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사들은 아파트 단지를 나눠 신문을 배달했다. 배달된 신문은 아파트별로 취합돼 새벽 4시 전까지 신문배달 아주머니가 아파트 세대를 돌며 배달한다. 서신동은 아파트 단지가 25곳이 넘는 탓에 배달이 안 될 경우 직접 세대를 방문해 신문을 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기사들은 말했다.

 아파트 단지 배달이 끝나면 다음 목적지는 전북도청이 포함된 효자동이다. 이 지사장은 자신의 차량에 400여부의 신문을 담아 ‘효자동’ 배달을 시작했다. 도청에서 신문을 배달하던 이 지사장은 “도청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나 지하 2층부터 지상 18층까지 일일이 오르내려 가며 배달을 한 적도 있다”면서 “도청에서 가장 먼저 체크하는게 엘리베이터 고장 유무다”고 웃으며 말했다.

 도청을 포함해 효자동 일대 배달을 마친 시각은 오전 6시 30분께. 배달은 끝났지만, 업무가 끝난 건 아니었다. 혹여나 있을 배송 문제로 아침 8시까지 사무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 과정과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 지사장은 신문의 미래에 대해선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신문이 배달되지 않으면 사무실에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신문은 도민들에게 중요한 소식지이자 정보의 출처였다”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신문을 보는 구독자가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문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문을 대체할만한 매체는 없다고 본다. 정론직필을 지켜온 전북도민일보와 소중한 기사를 읽어주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몸이 다하는 한 배달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