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문화계 30년, 그 괄목할만한 변화들
전북 문화계 30년, 그 괄목할만한 변화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1.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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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전북도민일보의 창간 이래 30년간을 돌아본 전북문화계는 괄목상대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향토문화를 살리고 지역의 특색을 보존하기 위한 열망이 커졌던 그 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렸다.

특히 한 해 전, 6.10 민주항쟁의 열기는 문화예술계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힘이 됐다. 민중문화운동의 틀 안에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 맥락을 이어가면서 문화이론과 담론으로 구체화 됐다.

90년대에는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와해되고, 그 자리를 자본이 대신 차지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대중문화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시절이지만, 지역문화는 보다 분화했다. 소수의 문화예술가 전문가 중심으로 전개돼왔던 문화운동 대신 일반 시민과 지역주민의 필요에 의한 활동도 늘어갔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단체보다는 개인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에는 SNS와 모바일의 활용이 급격하게 활발해지며 시·공간의 단축으로 전북을 벗어나 대외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초연결 시대, 문화의 폭은 넓어지고 그 전달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전북은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하며 ‘예향의 고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도내외에서 발간된 다양한 자료의 분석(문예연감, 전북예총 50년사 등)을 통해 시대별 전북문화예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80년대 서울공화국 중심의 편중현상을 보였던 여타의 장르와 달리 국악행사의 경우 전북이 타 지역에 비해 활발하게 이뤄졌다. 여기에는 1975년 부활한 전주대사습놀이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일제의 문화말살정책으로 한 때 소멸의 길을 걸었던 판소리의 부활에는 전주 사람들의 힘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확인시켜주고도 남는다.

70년대를 전후로 도내 각 대학에 생겨난 예술대학은 80년대 이후 졸업생을 배출해내면서 지역예술계의 중심에서 활발한 활동을 일궈냈다. 그 중에서도 1988년은 원광대에 서예학과가 신설된 원년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서예과의 설립은 한국서단의 획기적인 변화인 동시에 자랑거리였으며 전북이 한국의 서예문화를 주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사회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90년대에는 도민들의 사회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전북도립국악원은 1986년 제1기 연수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수강생을 배출하며 전통국악의 생활화로 예향 전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1996년 전북대학교는 국공립대학 중에서 전국 최초로 교육부의 설립인가를 받아 평생교육원의 전신인 사회교육원을 설립했다.

1997년 국민의 정부 등장과 함께 ‘지역문화의 해’가 선포되면서 전국 각 지역에서는 활발한 사업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전북지역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문화예술활동가들이 등장해 지역문화의 꽃을 피워갔다.

지난 1962년 발족한 전북예총이 반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척박하기만 했던 문화예술계의 텃밭을 일궈낸 대표 단체라면, 2003년에는 진보적 성향의 도내 문화예술인이 모여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을 출범시키면서 문화예술계의 다양성이 확장됐다.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대를 전후로 매머드급 축제가 개발되고, 대형 문화공간이 문을 열면서 문화예술의 지평은 크게 넓어졌다.

전북의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1997년), 전주국제영화제(2000년), 전주세계소리축제(2001) 등은 새로운 문화축제의 가능성을 얼여 보였으며, 현재도 전북예술을 화려하게 꽃피우는 주요 이벤트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인들의 숙원사업으로 1982년에 문을 연 전북예술회관은 80년대 도내 대학 출신 미술인구의 급성장과 더불어 핵심 공간으로 자리했었다. 이후 한국소리문화의전당(2001)과 전북도립미술관(2004)의 개관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문화공간으로는 1990년 국내에서 아홉번째로 문을 연 국립전주박물관과 2014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국립무형유산원도 사랑받고 있다. 호남권 유·무형 문화유산의 연구와 보존, 전시에 중추적 역할을 맡아오는 국가기관의 존재는 예향의 도시의 품격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전통문화중심도시를 향한 전주의 발걸음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전주공예품전시관의 개관을 시작으로 한옥마을 내에는 문화시설이 늘어났으며, 2004년에는 전통문화중심도시 정책의 구체화로 전주 한옥마을은 현재 천만 관광객이 몰리는 문화관광산업의 중심지로 굳건히 자리매김 중이다.

탐관오리들의 폭정과 외세 침략에 맞서 싸운 동학농민혁명은 전북의 문화예술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혈맥이나 다름없다. 지난 14년 동안 표류해 왔던 동학농민혁명 법정 기념일이 최근 5월 11일(황토현전승일)로 선정되면서, 동학농민혁명은 세계화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 수리 후 동북측.

 

일제강점기에 심하게 훼손돼 방치돼 있었던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20년 동안의 보수작업을 거쳐 올해 공개됐다. 해체 과정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돼 미륵사 창건 배경과 석탑 건립 시기가 밝혀지기도 했던 미륵사지석탑은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전북의 문화예술의 기류는 또 다시 달라지고 있다. 문화예술의 범위 또한 전문 예술가나 단체, 예술인만으로 한정 짓기 보다는 생활문화라는 테두리 안에 지역 사회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전북의 문화생태계 역시도 생활문화의 시대를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닿으며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은 “21세기는 문화가 경쟁력이고 생산 산업이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 못지않게 문화산업이 국가의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시대가 되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면서 “전북의 예술문화가 다른 지역보다 강세인 만큼 전북을 떠나지 않고, 전북을 지켜가면서 문화를 면면히 이어갈 수 있는 인재들이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를 위한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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