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오페라의 환경을 뛰어넘은 최고의 캐스팅
[리뷰]오페라의 환경을 뛰어넘은 최고의 캐스팅
  • 이남진
  • 승인 2018.11.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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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오페라단 ‘토스카’

 오페라 <토스카>가 11월 3일과 4일 전주 소리문화의전당과 10일 군산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됐다. 오페라 <토스카>를 보면서 우리영화 <1987년>이 오버랩됐다. 1798년 나폴레옹 혁명군이 로마를 점령하고 공화국으로 선포했는데, 1799년에 오스트리아, 러시아, 영국 연합군이 로마를 공격하고 승전한다. 그러자 쫓겨 갔던 나폴리의 전제군주 페르디난트 4세와 왕비 마리아 카롤리나가 군대를 이끌고 로마에 진격해 프랑스 군대를 몰아내고 로마공화국을 무너뜨린다.

 다시 권력을 잡은 군주제 옹호론자들이 공화정을 지지해온 자유주의자들과 계몽사상가들을 색출 박해를 가하게 되고 자유주의자들은 지하로 숨어들어 투쟁을 한다. 이런 시대를 다룬 오페라가 <토스카>이며, 무대는 1800년 6월 17일에서 다음날 새벽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다.

 오페라는 오페라 가수인 여주인공 토스카를 사이에 두고, 자유주의자인 화가 카바라도시(테너)와 전제군주에게 충성하는 경찰청장 스카르피아(바리톤)가 대결하는 스토리.

 이번 호남오페라단의 <토스카>는 독하게 잘 만들었다. 지방 오페라 환경이란 게 지원받은 재정과 몇 백만원 지역광고를 받아 푼돈 남짓한 재정으로 오페라를 만드는 건데 그런 제한된 여건을 티나지 않게 초월한 좋은 캐스팅, 완벽한 무대로 감동 넘치는 오페라를 만들어냈다.

 오페라는 솔리스트들에 의해 성패가 크게 좌우되는 예술이다. 누가 오페라의 배역을 맡고 있는가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는 180도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 호남오페라단의 이번 캐스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나는 군산 공연을 토스카 임세경, 카바라도시 렌조 줄리안, 스카르피아 장성일의 공연으로 봤다. 토스카 공연은 이들 주역들 외에도 성당지기, 안젤로티 등의 조역이나, 합창, 연기자들과 단역 목동에 이르기까지 음악에 잘 맞춰지고 훈련돼 작은 오차나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목숨으로 만드는 듯한 열연으로 뜨겁게 완성됐다.

 토스카 임세경은 볼륨이 크고 성질이 풍만했다. 우선 소리로써 압도감을 주었지만 토스카의 성격을 극대화 시켜 폭넓은 뉘앙스와 뚜렷한 강약의 대조로써 설득력이 있고 호소력 있는 특출한 창연이다. 그는 오페라에서도 국가의 주요 행사 때마다 독창자로 무대에 서는 대가수다.

 카바라도시가 부르는 옥중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은 렌조 줄리안의 진지하고 열기에 찬 창연이었고 보석처럼 빛나게 노래했다.

 장성일은 악한 역을 독하게 악하게 수행하며 이 밤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번 오페라 공연의 스타가 됐다.

 김어진의 연출은 편하다. 무대구성이나 극의 흐름이 구더더기가 없고 자연스럽다. 

 오페라 토스카를 보며 간절해지는 것이 있다. 전주에서 공연되는 클래식이 호남오페라단의 <토스카>가 기준이 되어줬으면 하는 부탁이다. 클래식 공연이라면 무조건 된다고 말하지 말고 전라도 언론들도 <토스카>를 되돌아보며 지적하거니 요구하거나 조언하거나 하라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한 무대를 보며 근거없이 부풀리고 칭찬했다. 그러다보니 예향이라는 말을 스스로 하면서도 외부 세상에 전주가 예향인 이유를 근거를 대 설명하는 데는 자신이 없었다.

 호남오페란단의 <토스카> 공연, 정상적으로 잘된 오페라공연이 이런 것이다. 이것이 전주가 해낼수 있는 문화수준의 근거다. 이 오페라로 세상에 예향전주를 설명하라. 그리고 이 수준을 지키면 전주의 진짜 수준이 된다. 토스카 막이 내릴 때 나는 눈물을 훔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토스카>, 이쯤 되면 전주는 예향이다 말할 수 있어서 그게 감격스러워 쉬 일어날 수가 없었다. 우리의 할 수 있는 수준을 확인 시켜준 호남오페라단에 경의를 표한다.

 /글=이남진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뮤직리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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