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사회! 희망이 있는가?
고용세습 사회! 희망이 있는가?
  • 윤진식
  • 승인 2018.11.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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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를 통하여 편법에 동승하는 이러한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잡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

 지난 10월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타난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정규직 전환과정상의 문제, 이른바 ‘고용세습’문제로 연일 여야 간 설전이 심화하고 정국이 냉각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초 무기 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의 가족이나 친인척을 무려 108명(11.2%)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한 ‘채용비리 의혹’으로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직원 자녀, 형제·남매, 삼촌, 배우자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당시 인사처장의 아내와 노조위원장의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힘들게 공부하는 취업준비생에게 이러한 채용비리는 절망의 벽일 수밖에 없다. 공사나 공공기관의 정규직은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칭할 만큼 모든 면에서 이른바 좋은(?) 직장에 속하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도 그 중 하나인데 평균 연봉이 6,790만 원에 달하고,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555명을 뽑는데 3만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무려 54 대 1을 넘어섰다고 한다. ?

 이런 채용비리가 어찌 서울교통공사 한곳뿐이겠는가? 사실 과거부터 채용비리는 상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공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 어느 한 곳도 채용비리에서 자유로운 곳은 드물 것이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채용비리는 과거의 청탁에 의한 주변 지인들의 채용비리에서 이제는 자녀나 친인척을 자신의 소속기업이나 기관에 채용을 하는‘고용세습’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세습’형태가 가능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올해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을 천명하고, 이의 조속한 실행을 독려하게 되자 이를 이용해 기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비정규직으로 친인척이나 지인을 우선 채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편입시키고, 이어서 정규직으로 쉽게 전환하도록 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제도를 채택해 친인척이나 지인이 정규직이 되는 길을 열어준 측면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 공기업 내부에 친인척 연줄을 가진 사람이 미리 정보를 빼내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이후 정규직으로 변신하는 조직적, 구조적 비리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용세습 문제는 비단 공기업과 공공기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민간 대기업에도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고용세습형태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민간 대기업과 소속 노동조합도 장기근속자 직계 자녀 우선 채용, 기존 직원의 직계 자녀 등에게 입사시험 시 가산점을 주거나 특별·우선 채용하는 형태로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운용하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고용 세습규정’을 단체협약에 명시한 곳이 대기업의 30%에 달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노조들이 자본의 대물림, 이른바 富의 세습은 안 된다고 외치면서 ‘고용세습’은 단체협약에 명시하면서까지 자녀들을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채용하려는 것은 심각한 자기정체성의 모순이다.

 이들 청년들의 일자리를 사실상 뺏는 채용비리는 명백한 차별이고, 헌법 제11조에 위배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입법적인 보완작업을 통하여 채용비리에 강력히 대처하는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에 규정하고 있는 차별사유에 ‘고용세습’과 ‘기타 채용비리사유’가 ‘차별사유’로 명시되도록 보완을 하여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을 하거나 별도의 관련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채용관련부분에 대한 상시적 감사체제를 확립하고, 중립적 외부인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활성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노조와 체결된 고용세습관련 조항도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강력히 시행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러한 채용비리와 고용세습 형태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분열과 양극화의 골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채용 비리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는 범죄행위이다. 공정함이 상실된 사회,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회,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그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사회라면 더 이상 희망이 있는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업하기 위해 청춘을 담보 잡히고 컵밥을 먹으며 어두운 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생각할 때 재직자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비리를 서슴지 않는 것은 사회조직 질서유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고용이 세습되는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모두 전수조사를 통하여 편법에 동승하는 이러한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잡는 결딴을 내리는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윤진식<(사)대한노사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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