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험실, 리빙랩!
생활실험실, 리빙랩!
  • 장걸
  • 승인 2018.11.19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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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는 다양화, 다변화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특정 정책과 사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과 사람마다 요구도 매우 달라 규격화된 정책으로는 그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삶의 현장이며 공동체의 기초단위라고 할 수 있는 동네의 문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리말로는 ‘생활실험실’이라 할 수 있는 ‘리빙랩’에 대한 논의가 부쩍 많아졌다. 서울시는 2016년에 ‘내가 바꾸는 서울, 100일의 실험’이란 제목으로 각종 도시 문제의 혁신적 해법을 찾는 리빙랩 공모에 2억 5천만원을 투자한 바 있다. 그리고 정부도 사회혁신의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리빙랩’을 설정하고 각종 공모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리빙랩’ 혹은 ‘생활실험실’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다. 리빙랩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 곳곳을 실험실로 삼아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는 시도이다. 그리고 그 삶의 현장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설계자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이다. 리빙랩은 ‘사용자 주도형 혁신, 개방형 혁신, 생활세계의 혁신, 미래를 구성해가는 실험적 학습’ 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 예를 들자면 서울의 성미산 마을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곳은 1994년에 주민들이 어린이집을 직접 만들어 운영해보자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좀 더 들여다보면 공동육아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며 ‘나와 아이와 이웃의 아이를 같이 돌본다.’는 의미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이후 대안학교도 만들어졌으며, 성미산 마을극장도 문을 열게 되었고 문화적인 공동체로 거듭나 주민의 힘으로 동네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동네의 문제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해결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완산골교육공동체는 전주의 대표적인 구도심인 완산동에 위치한 완산초등학교와 곤지중학교의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함께 교육공동체를 구성하였다.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완산동을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축제’와 연계하여 문제와 해결 방법을 찾아냈다. 또한 ‘완산골 나도 선생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어르신을 만나고 완산동의 역사를 탐방하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자부심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학생 수의 감소 추세는 완화되고 있다.

 위 사례들은 ‘리빙랩’이라는 말이 우리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회자하기 전부터 진행된 일이며 우리의 전통문화인 품앗이, 향약, 두레, 계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에게도 사회혁신을 위한 자발적 장치가 있었던 것이다. 현재도 ‘삼천문화의집 불평박물관’, ‘주부들의 벼룩시장’, ‘청년들의 버스킹’, ‘마을기획단’, ‘동네책방’, ‘동네공방’ 등이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화적으로 풍성해지게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문제를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듯, 해결의 주체도 결국 우리가 될 때 가장 잘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공동체지성’을 기반으로 한 문제의 관찰과 대안의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맞벌이 가정의 육아, 인구고령화, 인구과소화, 생태, 삶의 질, 오래된 마을의 슬럼화 등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장의 문제는 산적해 있다. 또한 공동체도 지속적으로 그 연대의 끈이 약해지는 것도 현실이다.

 모든 동네는 ‘생활실험실’이다. 실험의 전제는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므로 모든 동네는 답을 구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활실험실’이 보장되고 적절하게 구동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설계된 정책의 반영이 아닌 정책설계의 주도권을 당사자들에게 이양하는 주체의 이동이 담보되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러한 정책의 기반이 조성되어야 ‘공동체지성’이 발현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분권과 자치의 길이 여기에 있다.

 장걸<(재)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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