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소리가 있는 가을전시회
‘박수’소리가 있는 가을전시회
  • 박인선
  • 승인 2018.11.18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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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김춘근 作 환희(20×87×33cm, 옹기소성흙, 2016)

 가을이 무르익는다 싶더니 어느새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아직도 가을의 여운이 여전하다. 지난 가을에는 한옥마을 교동미술관에서 작품전을 했었다. 10월이라 울긋불긋 단풍들과 더불어 작품들이 미술관 앞뜰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작가에게는 전시회 만큼 자신을 드러내놓을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설레임과 망설임 속에서도 그때 만큼은 자신의 민낯이 부끄럽지 않다.

 가을이 가는가 싶더니 후배인 최김춘근 작가가 작품전을 한다며 전시 안내 책자를 건네주었다.

 오랜만에 개인전을 한다고 한다. 전업 작가로 모악산 자락에서 작업하기를 십수년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축제를 한다고 하니 그 설레임이 아쉬었던지 한 달 전만해도 작품전 소식은 없었다. 늦가을의 정취가 아쉬울 때쯤에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 시대는 미술을 하겠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말리는 것이 예사였다. ‘환쟁이 하는 것 보다 날품팔이가 더 났다’라면서 극구 말리시던 부모들은 미술반 활동을 위해 크레용이나 그림 물감 사는 것 조차 반대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형편을 아는 선생님들은 사비를 이용해 미술용품을 사서 지원해주고, 미술실기대회도 참가시키고, 미술대회에 나가면 짜장면을 사주셨던 추억을 안고 살아온 세대들이다.

 후배가 모악산 자락에 가스가마를 설치하고 자리 잡기 전에는 흙기와를 구웠던 기왓공장을 빌어서 작품을 했었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기와가마는 허름하기는 했지만 그으름 먹은채로 옛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때도 가스가마를 사용하면 편리했었지만 기와가마의 존재는 특별한 것이었다. 어른 키 만큼의 작품을 구워 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 아마도 잘 보존했더라면 색다른 명물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후배가 이사 간 후로 기와가마는 쓸모를 다하고 흉물스럽게 남았다가 철거를 맞이했다. 아쉬운 생각이 들때가 있다.

 가마에 불을 붙이는 날에는 거의 하루를 꼬박 매달려서 초벌구이 작품을 만들어낼 정도였다. 흙으로 성형과정을 마치고 그늘에서 마르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는 않았다. 나무 토막을 잘라 불을 지피는 일도 작품을 만드는 일 이상으로 힘든 작업이었다. 가스가마로 불조절만 잘 살피면서 하는 작업과 견주면 까다로웠지만 기와가마에서만 느끼는 그만큼의 노력을 수반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각별함이 있었던 샘이다.

 전시 안내 책자를 펼쳐보니 작품도 많이 변했다. 제목이 특별하다. ‘박수와 물레조형’ 아마도 오늘날에는 박수 받을 일도 많고 박수 칠 일도 많지만 박수의 가치를 생각했을까? 아니면 박수 칠 일도 아닌데 박수를 치는 일들이 있어나서일까, 알쏭달쏭한 제목들 접하면서 박수에 대한 작가 나름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해석한 작품이었나 싶었는데, 작가노트를 보니 ‘통일은 대박’이란 문구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작가의 속내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하루종일 있어도 말수가 적은 최김춘근 작가.

 작가의 내면의 모습을 어쩌면 ‘박수’라는 워딩을 통해 메시지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무르익어 낙옆들이 아쉬움을 드러낼 즈음에 옥정호 <문화공간 하루>에서 막다른 가을 정취를 함께 담아내는 전시회, 정원에서의 조각 작품전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 설렌다. 오래된 추억 속에 기와가마를 떠올리면서 작가의 손끝에서 벌어지는 소상한 이야기들이 소리없이 가슴으로 내 닿는다. 

 /글= 박인선(정크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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