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영향 개발의 신중한 추진
저영향 개발의 신중한 추진
  • 김현수
  • 승인 2018.11.15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소득 증대, 편리하고 저렴한 의료 서비스, 다양한 문화 시설 및 행사 등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해한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현대사회의 여러 혜택을 향유하기에 앞서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에게 이러한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소비하며 살아가기 쉽지 않은 것은 우리지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언론보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도민이라면 다 알고 있듯이 전북지역은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의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고, 전주와 같은 도시지역의 열섬현상은 여름철 도심의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찌는 듯한 여름을 보내야만 한다. 또한, 새만금과 용담호, 옥정호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수자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질 보전 및 수자원 유지는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신경 써야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전라북도와 전주시를 포함한 도내 자치정부도 이와 같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전주시의 예를 들어보면, 도심의 열섬현상 완화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하고, 전주시와 시민단체가 함께 구성한 거버넌스 단체에서는 도시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 또는 완화하기 위한 저영향 개발 (Low Impact Development)의 추진을 통해 유실되는 수자원을 보존하는 방법을 찾는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게 되면 언젠가는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주민들이 건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도시의 공원화를 포함한 여러 저영향 개발 방법의 적용이 건강한 환경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를 위해 실제로 적용되는 방법을 결정하거나 특정 방법을 수행하는 세부지침을 마련할 때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하여 이용하는 방법이 때로는 뜻하지 않는 부작용을 수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전주시가 추진하는 천만그루 나무심기 작업의 경우 도심의 녹지면적을 확대하여 열섬현상 완화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지만,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반드시 얻을 수 있는지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 미세먼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Volatile Organic Compounds) 이나 도심 대기오염 물질 중 하나인 오존이 숲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학계에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만그루의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는 수종의 선택이나 나무의 배치 등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면밀한 검토와 분석을 거친 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도심지역에서 지표면을 통해 유실되는 수자원의 손실을 막기 위해 인도 및 주차장 등의 포장재 교체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불투수성 포장재로 인해 유실되는 물을 땅속으로 침투시키기 위해 투수성 포장재로 교체하고, 이를 통해서 좀 더 많은 수자원을 지하수에 저장하고 수질개선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투수성 포장재에 덮여 있던 기존의 토양은 이미 심하게 다져져 있을 가능성이 있고, 다짐이 심하게 발생한 토양은 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업을 향후에 추진하게 되는 경우에는 기존 토양의 상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 분석을 수행한 후 사업을 시작해야만 사업 수행과정에서 세금의 낭비를 막고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자치정부와 시민단체의 노력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어쩌면, 위에 기술한 검토와 분석을 철저히 수행한 후 사업을 시행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사업의 계획 또는 시행 초기에 있는 지금이라도 좀 더 섬세한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도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수행되는 선한 의도가 부작용을 낳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