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기(器)’, 그 속에 담은 가치
거두절미하고 ‘기(器)’, 그 속에 담은 가치
  • 채지영
  • 승인 2018.11.1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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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진 器 241x103x338mm 백자토, 청자토
이광진 器 241x103x338mm 백자토, 청자토

 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계절에 길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낙엽더미를 청소하시는 분들이 치우시기 전에 밟아 보며 가을의 소리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바닥의 낙엽을 보게 되면 갈색의, 노란색의, 초록색의 낙엽들이 형형색색 다양한 아름다움에 놀라게 되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이광진 작가의 <器>입니다. <기>라고 하면 그릇을 이야기 하지요. 작가는 물레 작업으로 도자기의 틀을 만든 뒤 종이를 붙여 화장토(化粧土)를 바르는 작업을 반복하고 도자기의 몸체를 이루는 태토(胎土) 위에 백토, 색토, 자토, 철분 백토를 덧발라 작품을 완성합니다. 흰색과 갈색의 연속된 무늬로 추상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도자 표면에 입체감을 더하여 균형감 있고 창의적인 형태미와 유약을 통한 표면장식에서 개별적인 세계를 추구하고 있지요. 전통방식에 기본을 두지만 현대감각에 부응하는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새로운 창작을 보여주고 줍니다.

 이광진 작가의 작품은 전통 물레를 이용하여 가마에 굽는 전통적 재현 방식과 형식을 규칙과 약속을 지켜가며 비정형성을 강조한 형태에 질감을 살려 풍부한 볼륨감의 독특한 감성을 더한 현대적인 조형성이 엿보입니다. 작가에게 ‘기’라는 것은 문화의 모든 코드와 일상의 모든 형식, 그리고 전 지구적 유산을 구성하는 것들을 포착하고, 그것들이 다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의 흐름을 담는 중요한 그릇이 되며, 정신을 물질화하는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역경’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형상 이전의 것을 도라 하고, 형상 이후의 것을 기라고 한다.” 우리가 보고 듣고 즐기는 무엇인가는 형태에 담겨 있을 지라도 도를 담고 있어 그것은 수많은 수련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하는 반복된 행위들 속에서 그 누군가는 도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지나가는 나에게 주어진 일들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 글 = 채지영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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