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잎이 다 떨어진 휑한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훤히 보인다. 떨어진 잎들은 차곡차곡 뿌리 위에 덮여 내년 봄에 새순이 잘 나도록 해줄 것이다.
우리는 주변의 나무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흐름을 알고 계절이 변하는 것을 느낀다.
학교 안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초록에서 노랑으로 변하더니 잎이 다 떨어져 나뭇가지들만 남았다. 그동안 잎이 가득 차 있을 때는 몰랐던 둥그런 까치집 하나가 보여 신기하다.
까치둥지는 높이 달려있어 까맣고 조그맣게 보인다. 저 높은 곳에 집을 지어두고 태풍이 부는 날에는 얼마나 흔들렸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글을 쓰기 좋아하는 아이들 몇몇과 운동장 주변을 돌아보면서 글감이 될 만한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 선생님, 저는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쓸래요.”
“ 그래? 어떤 것이 떠올랐는데?”
“ 가을하늘이랑 나뭇잎이랑 시요.”
3학년 여학생이 빨갛게 물들어 떨어진 벚나무 잎을 보면서 말한다.
“ 저는요, ‘개미’로 해볼래요. 날씨가 추우니까 개미들이 많이 안보여요. 개미집을 상상해서 쓰면 좋을 것 같아요.”
6학년 남학생의 신선한 발상이다.
아이들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느라 한바탕 소란스럽다. 평소에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뭔가 글감을 찾겠다는 목표가 생기니 보이는 것도 많고 생각도 다양하다.
곱게 물든 나뭇잎을 주워와 책 속에 넣어두었다. 잘 마르면 꺼내서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또 다른 생각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가 글을 잘 썼으면 한다. 글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잘 써질 리가 없다. 말을 하는 것이 훈련이 필요하듯이 글을 쓰는 것도 꾸준한 훈련을 필요로 한다.
요즘 아이들은 말을 참 잘한다. 그런데 글을 쓰라고 하면 어려워한다. 우선 연필로 글씨를 쓴다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고 귀찮아한다.
자리에 바르게 앉은 법, 바르게 연필을 잡는 법, 글쓰기의 바른 자세를 잘 알고 글씨쓰기를 매일 꾸준히 해나가야 글씨도 잘 쓰고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에 아이의 두뇌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여러 장면들을 떠올려 상상을 하기도 하고 기억을 해내기도 하면서 글을 쓰기에 아이의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손을 많이 쓰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아이가 매일 연필을 쥐고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뭔가 만들기를 해보도록 도와주자.
마우스만 움직이거나 손가락 하나로 스마트폰 터치만 해서는 결코 머리가 좋아질 리가 없다.
이길남 부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