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에 빠진 바다 위험!! 더 늦기 전에 자각이 중요!
내성에 빠진 바다 위험!! 더 늦기 전에 자각이 중요!
  • 박종묵
  • 승인 2018.11.15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히 치료와 처방에서 말하는 ‘내성(耐性, tolerance)’ 이라는 단어는 본디 물질 중독이나 행동 중독에서 비롯됐다.

 반복된 행동이나 물질의 잦은 사용으로 신경 생리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이전과 동일한 사용량이나 활동으로는 종전과 같은 효과를 얻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몸과 마음이 익숙함으로 받아들여, 같은 자극으로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집 앞 도로에서 큰 사고가 났다면 우리는 교통안전에 더욱 주의하게 되지만, 매일 그 곳에서 똑같은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면 곧 익숙해져 별일 아닌 듯 지나쳐 버리게 되는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를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분야가 안전이다.

 우리가 해양 사고를 주의하고 경계(警戒)해야 될 대상으로 인식해야 하지만 익숙함으로 받아들여 내성이 생겨버렸다면 여기서 ‘안전 불감증’이라는 더 큰 위험을 낳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해양사고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료 부족으로 해상을 표류하다가 해경에 구조된 레저보트가 있다. 배를 띄우기 전 운항거리와 연료를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없다.

 연료가 떨어져도, 배터리가 방전되고, 엔진 고장을 일으켰어도 큰 위험이 없다고 판단해 같은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구조됐던 보트가 이달에도 똑같은 원인으로 구조 요청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일들은 엄청난 공공 서비스 비용이 지출되는 것 뿐 만 아니라, 구조세력의 분산·치안 공백 등 예상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낚시어선 사고를 대하는 심리적 변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년 간 여러 사고를 겪으면서 대형 인명피해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작 위험을 자각하는 것은 이미 내성이 생겨버린 듯 위험천만의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사고들을 받아들이는 많은 국민들의 내성화 과정이다.

 ‘저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저 정도 사고는 흔한 일이다.’라고 느낄 때 우리는 어느 틈에 위험을 경계 없이 받아들이고 익숙해져 버리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해양사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위험을 망각하고 내성이 생긴 사회를 바라잡고 견제할 수 있다.

 환자에게 그간 처방했던 약이 내성이 생겼다면 더 강하고 독한 약을 처방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우리 사회가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상황에 내성이 생겼다면, 결국 강한 처벌이 뒤따르는 규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험 자체를 심각하게 경계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완벽한 구조시스템을 갖추고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더라도 이러한 노력들은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깊이 있는 자각과 반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하는 것뿐이다.

 박종묵<군산해양경찰서장·총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