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상시국감’이 대안
‘연중 상시국감’이 대안
  • 김종회
  • 승인 2018.11.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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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활동의 꽃은 국정감사다.

 국회의원의 권한은 입법권, 예산 심의권, 행정부 감시견제권 등 크게 세 가지다. 거대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행정부를 감시 견제할 수 있는 최종병기는 단언컨대 국정감사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의 부정과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다.

 군부독재의 특성은 일방적인 폭주와 독선이다. 대화와 타협을 존중하는 세력, 소통을 요구하는 세력에게 ‘빨강 딱지’를 붙여 고문하고 탄압했던 그들이다. 군부독재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국정감사를 폐지했다. 독버섯처럼 검은 카르텔을 형성했던 군부와 재벌들에게 국정감사는 반갑지 않은 소금이었던 것이다. 1988년 부활한 국정감사는 민주열사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통상 국정감사는 10월 중에 실시한다. 올해 국정감사는 10월10일 시작해 10월30일 종료했다. 국정감사 기간은 20일 남짓이지만 국회의원들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국정감사 준비에 착수한다. 아이템 선정부터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자료요구, 현황과 문제점 분석, 질의서 작성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한다. 꼬박 두 달을 국정감사에 매달린다.

 그동안 은폐됐던 유치원 업계와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의혹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필자 역시 ▲유전자 변형 ‘괴물 유채꽃’ 퍼뜨린 건 농식품부였다(10.5. 한겨레)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해피아 적폐 여전…해수부 유관기관 ‘해피아 천국’(10.11.연한뉴스TV) ▲7조원 빌려 태양광사업…본말전도 농어촌공사(10.21. TV조선) ▲‘물 위에 태양광’ 허가 0건인데… 5조 투입하는 농어촌공사(10.23. 조선일보) ▲재벌토건회사 독무대된 새만금개발사업(10.17. 전북도민일보 등 도내 일간지 주요기사) 등 묵직한 특종을 연이어 터뜨렸다. 이 결과 경실련이 300명의 국회의원중 단 8명만을 엄선하는 ‘2018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마른 수건 짜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국정감사를 준비하지만,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

 국정감사의 가장 취약한 문제는 제한된 기간에 과다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단 20일 만에 700여개의 피감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약칭 농해수위)만 하더라도 농식품부와 해수부, 2개 부처에 딸린 주요 산하 공공기관을 합하면 피감기관이 50곳에 육박한다.

 이 많은 부처와 산하기관을 단 20일만에 철저하게 감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번갯불에 콩 볶는 국감’이라는 지탄이 나온다. 게다가 본질의 10분, 보충질의 5~7분, 추가질의 3~5분 등 정해진 시간만큼만 질의하고, 피감기관의 답변까지 들어야 하니 사실 ‘수박 겉핥기’ 수준을 뛰어넘기 힘들다.

 행정부는 자신의 기관이 국정감사와 종합감사를 받는 ‘하루 이틀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민감한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불성실 자료 제출로 시간을 끄는 반칙을 일삼는다. 아울러 “적극 검토하겠습니다”는 등의 외교적 답변으로 땜질식 대응하기 일쑤다.

 이같은 고질적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시 국정감사(이하 상시국감)’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정치 선진국 대부분은 일상적이고 포괄적인 입법부의 감사기능을 마련하고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처럼 매년 기간을 정해놓고 감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상시국감은 부처, 산하기관별로 기간을 나눠 ‘연중’ 감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농해수위의 경우 1월 농식품부, 2월 해양수산부, 3월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 4월 산림청, 산림조합중앙회, 한국임업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면 된다.

 상시국감이 실시되면 집중적인 감사를 통해 행정부의 부정과 비리를 근본적으로 파헤쳐 재발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상임위 중심체제를 강화해 국회의원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상시국감을 거부하는 세력은 무엇인가를 은폐하려는 세력이다.

 김종회<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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