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의 착시 현상
쌀값의 착시 현상
  • 유재도
  • 승인 2018.11.1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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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요즘 쌀값에 착시 현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착시보다는 착각이라고 해야 옳을 듯한데 80kg 쌀값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다.

 통상 통계상에서 쌀값에 대해 얘기할 때 흔히 80kg(정곡) 쌀에 대한 가격을 말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 80kg 기준으로 쌀 가격을 제시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쌀값의 수준을 착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최근 11월 5일자 산지 쌀값이 발표되었는데 80kg 기준 19만3,696원으로 농민들은 곧 쌀값 20만원 시대가 올 수 있겠다 라는 기대감마저 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가격은 시중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시중에는 대부분 4kg, 10kg, 20kg 단위로 유통되는데 시장에서 유통되지도 않는 80kg 기준 쌀 가격으로 인하여 마치 쌀값이 엄청 비싼 것처럼 보이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즉 쌀값의 착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본지 10월 15일에 “쌀값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요점은 현재 쌀값은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폭등”이 아닌 2016년산 쌀값 대폭락 이후 회복한 상황이며, 밥 한 공기 쌀값은 전북 소비자가격 기준 300원 수준으로 다른 공산품 및 대체재와 비교해서 높지 않다는 내용이다.

 그럼, 왜 이 시점에 우리가 이렇게 쌀값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지 궁금해할 분들도 계실 것이다. 현재의 쌀값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 정부나 국회에서는 앞으로 5년간 변동직불금의 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정곡 80kg 기준 18만8천원) 재설정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 목표가격은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 매 5년마다 정부(안)을 토대로 국회가 심의ㆍ결정해서 확정한다. 현재 목표가격은 2017년도까지 기준으로써 2018년 ~ 2022년까지의 목표가격은 올해 새롭게 재설정해야 한다. 농민단체 및 정부, 국회 등에서 민감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지난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목표가격 변경동의 요청서”를 기존 산정방식에 의거 산출된 18만8,192원으로 국회에 제출 후 11월 8일 당정 협의를 진행했으며, 당정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19만 6천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농민단체들은 최소한 밥 한 공기에 300원 수준인 24만5천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농협에서도 물가상승률 및 쌀 농업소득 감소율 등을 고려한 20만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22만원 3천원 ~ 24만원5천원 수준을 주장하고 있어 5년전 목표가격 결정할 때에도 7개월 동안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국회 동의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다시 쌀값의 착시 현상에 대해 얘기해 보면 쌀 목표가격 재설정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번 법률 개정할 때 목표가격 설정 단위를 현재 시장에서 주로 유통되고 있는 10kg(11월 5일 산지 쌀값 기준 24,212원)이나 더 나아가서는 1kg 수준으로 변경해서 시장에서 쌀값이 높다는 불필요한 오해 요인을 제거하여 소비자들이 정확한 쌀값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또한, 올해 정부는 쌀 직불제도 개편 논의 - 논ㆍ밭 직불금 단일화, 쌀 수급 불균형 해소, 중·소규모 농업인 배려, 농업ㆍ농촌 공익 증진 등 - 도 진행하고 있는데 모쪼록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유재도<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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