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 합니다”
“늦어서 죄송 합니다”
  • 황선우
  • 승인 2018.11.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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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유공자로 새로 등록되신 분들께 드리는 첫 마디이다. 부상사실 확인 및 신체검사 등 오랜 기다림에 피로와 서운함을 느끼셨을 국가유공자분들께 드리는 미안함이며, 나라를 되찾고 지켜주신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분들을 더 일찍 발굴해 명예를 찾아드리지 못한 죄송함에 드리는 말씀이다.

보훈공직자로서 그분들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성대하지 않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의료나 복지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제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다.

 때로는 보훈가족을 방문해 직접 생활환경을 살피며, 더 도와드릴 것이 없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살아오신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잡아드리며 ‘늦어서’ 죄송한 마음을 덜어내려 노력한다.

 최근, 보훈가족이 된 국가유공자 유족을 방문하며 나는 평소와 달리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씀을 연신 드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독립운동 공로로 건국훈장 애국장 및 대통령표창에 추서된 독립유공자의 유족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한제국 말 의병으로 참여하여 전투 중 순국하신 분의 손자, 3·1만세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르신 분의 자녀 얼굴에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공을 인정받았다는 뿌듯함과 그간의 세월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는 듯 했다.

 필자 역시 다른 국가유공자분들을 만났을 때와는 달리 특별한 감정을 느끼며 이분들에게 더욱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국가를 위한 희생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 는 국가보훈처의 국정과제에 맞게 보훈가족 분들께 최대한의 보상을 해야겠지만 이분들의 희생이 금전적인 보상으로 채워질 리 만무하다.

 이제부터 보상금 등 독립유공자 유족으로서의 혜택을 누리시겠지만, 내일 모레 아흔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보상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이미 돌아가신 독립유공자 분들과 그 고통을 더불어 감내했을 유족 분들에게 ‘독립유공자 유족’ 이라는 선물을 받은 후손으로서, 힘드셨을 긴 세월을 어떻게 갚아 드려야 하는지. 두 분을 뵙고 난 후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이분들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독립유공자의 공로를 널리 알리는 선양과 유족으로서 당당함을 느낄 수 있는 예우가 아닐까?

 내년이면 3·1만세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동시에 3·1운동으로 결집된 민족의 독립 의지로 이뤄낸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제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했던 선조들의 독립운동을 널리 알리고,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국가보훈처는 여러 선양 사업들을 기획하고 추진 중이다.

 전북서부보훈지청 관내에서도 이에 발 맞춰 군산 3·1운동 100주년기념관 개관, 학생들과 함께하는 항일 독립투쟁지역인 중국 동북3성 탐방, 익산시에서 개·폐회식이 진행된 제99회 전국체육대회에 도내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계신 이석규 애국지사(93)를 성화 봉송의 첫 주자로 달리도록 함으로써 암울했던 일제치하에서 조국광복의 한줄기 빛이 되었던 독립운동가를 국민 모두가 존경하고 후세에 길이 기억되도록 노력한 바 있다.

 이번 ‘독립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사업은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펀딩 마감 후 광복회에서 기부금 영수증도 발행한다고 하니, 뜻깊은 일에 동참하며 적으나마 연말정산에서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모금기간이 11월 30일까지로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호남의병이 그러했던 것처럼, 3·1만세운동 참여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애국심과 성숙된 시민의식 속에서 우리 지역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기대해본다. 나도 적은 금액이나마 기부하면서 ‘너무’ 늦어서 죄송한 마음을 조금 덜어내 본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목표금액과 모금기간을 정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

황선우 전북서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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