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행보가 필요한 서울 빛초롱축제
새로운 행보가 필요한 서울 빛초롱축제
  • 최정철
  • 승인 2018.11.12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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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시민이 함께 만들고 즐기며 키워가는 시민참여 브랜드 I·SEOUL·U는 서울의 정체성 ‘공존’?‘열정’?‘여유’라는 가치를 디자인적 요소로 담아냈다.

 한국인의 등(燈) 축제 효시는 고려의 연등제(燃燈祭)라 할 수 있다. 이 연등제는 오늘 날에도 시행되고 있으니 종교를 떠나 한국인의 등사랑은 유구하다 할 만하다.

 서울 도심의 11월은 청계천을 수놓는 각종 등(燈)불로 그 문을 연다. 서울 빛초롱축제가 그 주인공이고 18일간 펼쳐지는 이 행사에 물경 2백만 명이 참관하여 추억을 찍고 돌아간다. 가히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다.

 10년 역사를 지닌 서울 빛초롱축제는 진주 유등축제를 벤치마크해서 생겨났다. 초기에 ‘세계등축제’, ‘서울등축제’ 명칭을 썼던 이 행사는 진주 유등축제 컨셉과 명칭, 형태를 복사하듯 했기에 문제가 따랐다. 즉 원조 싸움인데, 처음 몇 년 간 유심히 지켜보던 진주시가 결국 들고 일어나 ‘등축제’ 명칭의 원소유권을 놓고 법적 소송을 걸었다. 서울시로서는 난감해져 6회째부터는 ‘빛초롱축제’ 명칭으로 갈아타고 민간단체인 조직위원회를 급조, 서울시의 직접적 개입이 없음을 들어 소송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서울 빛초롱축제는 내년부터 새로 만들어진 서울관광재단(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의 후신)이 고유사업으로 맡아 시행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조직위원회는 기능이 사라지니 해체되는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런 사정이야 깊게 들여다 볼 바 아니고, 축제야 사람들이 즐기면 되는 것이라 할 것이겠으나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 서울관광재단 고유사업으로 새출발한다면 이제는 전략을 바꾸어야 할 것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빛초롱축제의 명칭을 보면 분명 ‘빛’인데 행사는 ‘등’으로 꾸며진다. 영문 명칭도 아예 ‘lantern festival’이다. 빛은 분명 ‘light’여야 하건만, 명칭에서부터 고개가 갸웃거려지니 정체성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등은 분명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축제 인자다. 남녀노소를 떠나 누구나 동화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등축제를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에는 현실적 단점이 따른다. 해마다 새로운 주제에 맞춰 등 역시 새롭게 제작하다 보니 예산이 만만치 않게 든다. 수억 원 들여 만든 등들을 한 번 쓰고 버린다. 버리는 것이 아깝다 하여 서울시 25개 구청 행사 등에서 빌려가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재탕인 셈이다. 또한 재작년 작년에 등장했던 등들이 버려지지 않은 채 주제가 바뀌든 말든 슬그머니 재등장하는 일도 있다 보니, “봤던 것들을 또 본다.”는 관람자들의 불만이 생겨난다. 올해는 줄어든 예산 형편에 맞추겠다고 ‘제작 임대’ 형태로 60여개 아이템의 등을 제작했다. 그나마 다행으로 신규 제작 비율이 총 물량의 80%에 이르기에 일신한 면모는 갖추었으나 문제가 또 따른다. 등 사이즈가 작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 부족한 예산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 등들은 청계천에서 임무를 완수한 후에는 등제작자 소유로 돌아가기에 서울관광재단은 내년에 새로운 등을 만들어 축제에 임해야 한다. 물론 돈 들여 해마다 새롭게 만들어 서울의 대표 축제로서 서울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는데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것까지는 없다. 다만 축제 패러다임에 대한 논지는 충분히 개진할 바 있다.

 무엇보다도 축제 인자를 등에서만 찾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등축제 성격임에도 규모면에서나 운영면에서 서울 빛초롱축제는 분명 진주유등축제에게 한 수 꿀리는 형세다. 차제에 행사 명칭에 충실해서 ‘빛’ 컨셉을 생존전략으로 삼을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즉, 빛을 활용하는 미디어 아트 쇼와 조명 아트 쇼까지 수용하면 축제 구성 전략에 다양성을 갖출 수 있다. 이 다양성은 축제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 미디어 아트 쇼나 조명 아트 쇼 제작비는 등 제작비 보다 더 저렴하다. 물론 제작비라는 것이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상대적 비교를 할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의 서울 빛초롱축제는 축제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오로지 등 전시회일 뿐이다. 그저 주욱 관람하면서 인증 사진 찍는 것으로 끝난다. 역동성이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전략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인근 상인들의 비협조적 행태도 거론할 필요가 있다. 축제는 분명 밤 시간에 이루어진다. 축제성을 확장하고자 그동안 청계천 인근 건물 벽면을 활용한 미디어 쇼를 시도하려 했지만 모든 건물주들이 한결같이 ‘협조불가’를 내세웠다. 무슨 사유야 있겠지만 상생 정신이 증발된 모습에 아쉬울 뿐이다.

 빛축제와 같은 성격의 행사에는 분명 ‘예술성’이 들어가야 한다. 작년까지 이 행사에는 총감독이 총괄 지휘를 맡았으나 예술성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올해는 있던 총감독제 마저 폐지되고 대행사 체제로 제작하다 보니 축제의 예술성은 오로지 등이 단기필마로 떠맡는 형국이 되었다.

 등과 빛이 어우러지는 축제로 재탄생시키고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가미시키며, 여기에 순수예술 분야의 연출자가 참여해서 행사를 예술적으로 조율한다면 분명 서울 빛초롱축제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을 수 있으리라 본다. 

 글/=최정철 서울시 빛초롱 축제 자문관(『성공을 Design하는 축제실전전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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