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인 듯 우연인 듯, 스미는 수공예의 힘
필연인 듯 우연인 듯, 스미는 수공예의 힘
  • 채지영
  • 승인 2018.11.0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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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作 nature (435x480mm, 실크·염색)

 

 안녕하세요. 오늘은 2009년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염색기법인 바틱(batik)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바틱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염색기법으로 천을 뜻하는 바(ba)와 점을 이어 그린다는 의미를 지닌 틱(tik)으로 이뤄진 합성어예요. 바틱은 뜨거운 밀랍으로 천에 점과 선 등을 이용해 모티브를 그립니다. 밀랍이 발라진 부분에는 염료가 물들지 않으므로 천을 한가지 색에 푹 담가 선택적으로 색을 내고, 끓인 물로 밀랍을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원하는 색을 냅니다. 식물성 천연 염료를 주로 사용하는 바틱은 염료로 나오는 폐수가 오염을 일으키지도 않고, 사용한 밀랍은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적 염색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바틱의 발달 과정을 보게 되면 1956년 독립된 인도네시아가 1만 3,677개 섬들과 여러 종족들에게 정치적 동질감을 심어줌과 동시에 창의성과 정신을 표현한 것으로 다양한 세계관과 민족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정은경 작가의 입니다. 작가는 실크를 캔버스 삼아 염료와 파라핀을 이용한 바틱기법으로 작업을 합니다. 실크의 특성상 색이 주는 질감이 은은하고 자연스러워 마치 붓으로 수채화를 그린 것처럼 회화미가 강조가 되었습니다. 작가는 꽃과 나무 등 자연물에서 작품의 소재를 얻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작품에서도 가을의 빛깔로 염색된 산과 언덕에 한땀한땀 정성을 들여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모를 가을 바람에도 꿋꿋이 버팀목처럼 서있는 나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자연과 삶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조화를 찾고, 주제에 대한 재현이 염색과 자수라는 수공예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작품의 독창성이 펼치게 됩니다. 반복된 과정을 통해 필연인 듯 우연인 듯 나오게 되는 작업물들은 현재의 시간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도출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됩니다. 연일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는 이번 주말에 교동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북공예가협회 작가 총 47인이 펼칠 공예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보시길 기대합니다.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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