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관광재단, 도민문화정책발굴단 in 정읍
전북문화관광재단, 도민문화정책발굴단 in 정읍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1.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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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람 중심의 문화를 꽃피우자<3> 현장에서 문화분권의 실마리를 찾다 5.

 우리 지역이 촌스런 동네라고? 지역의 문화를 촌스럽다고 보는 시각은 외부에 갇힌 시각일 뿐이다. 서울 문화공화국 중심 혹은 강자 중심, 기득권 구조의 왜곡된 시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미 지역에는 뜨거운 문화생태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동안의 취재와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정읍은 특별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지역이다.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으나 정읍의 문화활동가들은 이미 “이제는 지방이다”라는 명제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여 문화정책을 공부하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고 앞선 정읍문화예술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은 없는지 고민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자신들이 나누었던 그 상상을 실현하기에는 추진 동력도, 자원도, 지원도 부족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엉킨 실타래를 푸는 일은 막막해 했던 찰나,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병천)이 긴급 처방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주>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올 한해 문화정책기반강화를 위해 추진한 다양한 형식의 포럼과 간담회 중에서 도민문화정책발굴단 운영은 300만원이라는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낸 사업이다.

 연초, 전라북도 문화의 중심이자 블랙홀인 전주를 제외하고 시·군지역의 문화예술의 방향과 의견을 청취하고자 기획됐던 이 사업은 정읍이라는 이미 준비된 문화 활동가들이 모여있는 지역을 만나면서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광역문화재단이 지역의 구석 구석까지 파고들어 현장 가까이에서 논의의 구조를 확대하고, 결과물을 쌓아가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해결책이었다는 평가다. 지역을 직접 찾아가 지역문화예술계의 현안을 듣고 재단과의 협업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정읍 내 문화예술 활동가들에게 큰 동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 같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운영된 ‘도민문화정책발굴단-정읍 라운드테이블’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정읍 내 관련 시설에서 총 5회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김용련 정읍문화원 사무국장이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해 논의를 이끌어 가고, 박상주 정읍수제천보존회 사무국장, 이근홍 정읍 문화놀이터 대표, 임영애 정읍시생활문화예술동호회네트워크 사무국장, 박두산 사단법인 나누매기 대표, 오은식 전북예총 정읍지부 사무국장이 평소 생각해온 소신을 가감없이 풀어냈다.

 이들은 거듭된 논의의 과정을 통해 정읍의 문화예술활동 현황을 공유하고, 현안을 도출해 내며, 정읍문화예술정책의 핵심 과제와 이슈를 선별했다. 특히 4차 테이블에서는 전문가 매칭 컨설팅을 통해 향후 문화당국에 제안할 정책과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도 거쳤다.

 물론, 이들이 5차에 걸쳐 논의한 해결 과제들이 정읍시 문화예술 중장기 발전방안으로 제안되고, 지역사회에 환원시킬 수 있는 과정을 거치기까지의 과제는 산적하다. 정읍시 문화예술활동가들에게는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위한 협의기구 마련이나 거점공만 마련 등의 후속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민관의 협력을 통해 문화정책에 대한 논의와 담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어가는 일도 필수다.

이번 도민문화정책발굴단 정읍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문화예술활동가들 역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5차에 걸친 토의 과정을 통해 도출해낸 세부내용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이와 관련, 7일 오후 3시에는 정읍시청에서 ‘제23차 풀뿌리문화정책간담회’를 열고, 정읍시 문화행정과 담당자, 정읍시의회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그동안의 활동 결과를 공유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화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긴 호흡이 필요할 테지만, 첫 단추를 꿴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용련 정읍문화원 사무국장은 “관내 문화예술관련 단체들이 자생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정읍의 문화자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의 경우 관습적으로 해왔던 프로그램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이를 극복하고 정읍의 문화예술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구심점이 필요한 것이 확실한데, 향후에는 정읍문화재단의 출범까지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정책기획팀장은 “중앙 정부의 문화비전과 정책에 따른 지역 내 정책 개발과 발굴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 왔던 전문가 포럼이나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 외에도 올해 도민정책발굴단을 별도로 운영했다”면서 “정읍의 문화활동가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자발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던 모습이 놀랐고, 정읍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과도 교감이 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풀뿌리문화정책간담회는 전북문화관광재단 설립 초기에서부터 이어져온 사업이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주제별로 관계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논의의 장으로, 재단은 현장과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다양한 문화정책을 만들어가는데 힘쓰고 있다.

 

▲인터뷰 - 김용련 정읍문화원 사무국장

“정읍시에는 지역의 특성을 담아낸 문화와 역사 관련 컨텐츠가 다양하고 많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동력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한 도민정책발굴단을 통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거듭하면서 그동안 답답하게 생각했던 지점을 속시원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김용련 정읍문화원 사무국장은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올해 운영한 도민정책발굴단에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조각가로 오랜기간 활동해 온 그는 지난 2014년부터 정읍문화원에서 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품 활동에 조금 소홀할지라도, 더 늦기 전에 정읍에 산재한 문화와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기획을 덧대면서 보다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문화재단이라는 전문기관과 올 한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여러 현안과 과제들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 누구보다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그동안 지역 내 문화예술 활동가들과 수면 밑에서 무턱대고 열어놓은채 상상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조금은 다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읍시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첫 발로, 함께 논의했던 과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단다.

“사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몇몇 문화예술 활동가들에 의해 정읍이 중장기적 문화예술 정책과 비전에 대해 견을 모아보기도 하고, 제안도 해보았지만 늘 그 때뿐 이었던 것 같아요. 명확한 추진주체가 없다보니, 고민했던 여러 정책 과제와 내용은 한낱 희망사항으로만 그쳤지요. 좁은 지역사회이다 보니 아이디어가 있어도 탄력을 받을 수 없었던 거에요.”

올해 선거가 끝나고 난 후 몇몇 문화활동가들과 지속적으로 공부도 할 겸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왔던 것은 이 같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마침 전북문화관광재단에 관련 사업이 있음을 알게돼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요. 도민문화정책발굴단으로 활동한 정읍의 참가자들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며, 더 많은 문화예술활동가들의 참여를 독려해 네트워크를 보다 확장해나갈 생각입니다. 부디, 문화로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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