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조현병 관련 범죄? 무엇이 문제인가?
늘어나는 조현병 관련 범죄? 무엇이 문제인가?
  • 김형준
  • 승인 2018.11.06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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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조현병 혹은 기타 정신질환에 의한 강력 범죄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지난달에만 인천광역시에서 조현병 환자가 이유 없이 행인을 공격해서 한 명이 중퇴에 빠지는 등 강력 범죄가 광주광역시, 인천광역시 그리고 광명시 등에서 세 차례나 발생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지나친 인식과 잘못된 편견이 확산하고 있어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일을 업으로 하는 의사로서 안타까운 상황이 되는 듯하다.

 조현병은 뇌의 기능 중에 생각을 통합하고 조절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한마디로 생각의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뇌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유병률이 약 1% 정도로 생각보단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으로 우리나라에는 약 50만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국민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재료를 보면 작년 한해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11만 명 정도로 아직도 많은 환자가 병을 숨기거나 인식하지 못해 치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망상증과 이와 관련되어 사람의 목소리 같은 실재하지 않는 소리가 들리는 환청 증상 등이 있다. 그 외에는 기이한 말과 행동, 혼잣말, 불면, 불안, 우울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문제는 일부 환자에서 증상이 악화할 경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공격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타인의 무심한 언행이 조현병 환자에게는 자신을 해코지하려는 피해망상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속삭이는 소리 등이 자신을 괴롭히는 환청으로 들리기도 해, 이런 오해가 공격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여성혐오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실제로는 조현병 환자로 여성들이 지하철에서 천천히 걷은 행동이 자신을 못 걷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하는 망상을 하고 있었고, 이것이 살인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조현병 환자들을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하기 쉬운데, 실제 경찰청 통계를 보면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율은 0.04%로 일반인의 강력 범죄율인 1.2%보다 훨씬 낮다. 다만, 그들의 범죄가 예측할 수 없고 동기가 분명치 않은 ‘묻지마식’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라는 선정성 때문에 언론에서 훨씬 많이 다루는 점 등이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를 위험한 사람이라고 오해하게 만드는 것 같다. 병식이 없고, 치료가 중단된 공격성향이 있는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적절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개선되고 일상생활을 잘 유지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왜 최근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대한 뉴스가 늘어나는 것일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대한 선정성과 화제성도 큰 원인이겠지만 또 다른 원인으로 작년 전격적으로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舊정신건강증진법)도 한 원인이라고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판단하고 있다. 기존의 정신건강증진법에 의한 조현병 환자의 강제입원(비자발적 입원)요건이 선진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않아 선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OECD 평균에 비해 높은 강제입원의 비율과 긴 입원기간을 이유로 작년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해당 단체들과 합의도 없이 전격적인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강제입원을 요청할 수 있는 보호자의 요건을 매우 좁히고, 입원이 필요함을 진단하는 전문의를 타 의료기관 의사가 한 번 더 진단하게 하는 등 입원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만든 것이다.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선의 피해자를 줄이며, 수용위주의 치료보다는 탈원화를 통한 개방적 치료로 전환하기 위한 법 개정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고 분명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탈원화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작 입원을 까다롭게 하고 장기 입원을 입원료 삭감을 통해 탈원화를 유도하면서 그렇게 입원치료가 필요함에도 제때 치료를 못 받은 환자와 떠밀려 퇴원한 환자들을 관리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서비스가 필요함에도 현실은 관리의 책임은 오로지 가족들의 부담으로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입원은 어렵고 돌보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노출된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노령화, 도시화, 경제적 문제 등 요즘처럼 가족의 기능이 해체되고 있는 세태에서 가족들로 조현병 환자를 관리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서 중증 정신질환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환자 수용률은 불과 4%일 뿐이다. 문제는 예산도, 인력도, 정부의 인식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편 그동안 치료와 함께 본의 아니게 치안업무(?)도 담당하던 정신과 전문병원들은 원가에 60%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가와 늘어나는 인건비와 비용, 문턱 높은 입원조건과 지속적인 퇴원 압박 등 삼중고, 사중고의 환경 속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체 우리의 조현병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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