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現집행부는 ‘청산’ 대상이 아니다
대학 現집행부는 ‘청산’ 대상이 아니다
  • 김창곤
  • 승인 2018.11.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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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혁명과 광화문 촛불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3박4일 프랑스를 방문한 뒤 남긴 페이스북 글에서다. 그는 파리시청 리셉션에서 “프랑스 혁명 정신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 하나하나에서 혁명의 빛으로 되살아났다”며 “프랑스 혁명사는 저 멀리 한국 국민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고도 말했다.

 프랑스 혁명은 그러나 이렇게 미화의 대상이 될 정도로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폭력과 공포, 집단 학살을 불러왔다. 국왕 부부와 성직자, 귀족, 백성에서 혁명 주동자까지 수많은 사람의 목이 단두대에서 잘렸다. 왕비에겐 혁명재판소 다수결로 ‘프랑스를 배신하고, 8살 아들과도 근친상간을 했다’는 죄목이 씌워졌다.

 1789년 시작된 프랑스 혁명은 무질서와 반동, 공화정과 군주정을 반복하다가 1871년 사상 첫 사회주의 정부인 ‘파리 코뮌’의 붕괴로 막을 내렸다. 경쟁자인 영국이 산업혁명을 이뤄 세계를 재패하고 있었으나 프랑스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마저 패했다. 알자스·로렌을 뺏기고 베르사유에서 독일 황제가 즉위케 하는 수모를 겪었다.

 러시아 혁명 역시 참상을 불러왔다. 레닌에게 도덕과 인성은 문제되지 않았다. 자신의 견해를 얼마만큼 수용하느냐로 사람을 판단했다. 의회주의는 부르주아의 기만이었고 민주주의는 폭력과 억압을 합법화하는 수단이었다. 스탈린 시대 총살자가 78만6,098명에 이르고 1933년 우크라이나 기근 아사자만 약 700만명이라는 게 고르바초프 등장 후 소련 정부 발표였다.

 중국의 ‘문화혁명’이나 4.19, 5.16처럼 이름만 빌린 혁명도 많다. ‘촛불 혁명’ 역시 박근혜 정권을 탄핵으로 끌어낸 뒤 ‘적폐 청산’ ‘보수 궤멸’의 목소리를 키운 현 정권과 추종세력의 기치다. 그 중엔 혁명의 ‘참뜻’을 이루기 위해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엎는 것을 궁극 목표로 삼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

 이 ‘촛불 혁명’의 구호가 최근 대학에도 등장했다. 여섯 후보 담합설과 흠집내기,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제18대 전북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에서다. 직원·학생 투표 반영률을 놓고 구성원끼리 씨름하며 등장한 이 구호를 여러 후보가 현 총장을 겨냥해 내걸었다. 이들 후보는 밖에서 평가받는 치적까지 ‘적폐’ ‘청산 대상’으로 몰았다.

 전북대 구성원들은 지난 29일 선거에서 변화를 선택했다. 김동원 후보가 3차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이남호 현 총장은 단임 약속을 깨고 나와 4년 업적과 미래 비전-미션을 내세웠으나 재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다.

 김동원 총장 1순위 후보자는 이른바 ‘7대 적폐’를 거론하며 이를 청산하겠다고 공약했다. ‘한스타일 캠퍼스’ ‘과대 홍보’ 등이 그가 든 적폐였다. ‘적폐’ 중 다수는 집행부의 항변과 설명으로 해석이 바뀔 수 있는 사안이지만 그는 “모두 흐릿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들”로 단정했다.

 대중 봉기나 선거에서 선전, 선동은 매우 유효한 수단이다. 특정 후보가 비리 주범이나 되는 것처럼 입을 맞춘 듯 집중 공격하는 일은 캠퍼스 밖 선거에서도 찾기 어렵다. 이런 직선을 치러야 하느냐는 얘기가 또 나왔지만, 대학의 선택은 끝났다.

 우수 학생을 선발하며 취업률을 높이고 교직원에게 최고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 일에서 발전기금 500억원을 조성하는 일까지 김동원 후보자의 공약은 대부분 난제다. 43%가 지지한 현 총장과 집행부를 ‘청산 대상’으로 삼는다면 어느 하나도 이루기 어렵다. 잘한 일은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분권형 단임’ 제도화를 약속했지만, 격랑 속 대학 리더에게 절실한 것은 탁월한 시야와 추진력이다.

 자연대 교수는 “수학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호소한다. 이번 선거에서 교육을 위한 논쟁은 거의 없었다. 대학을 ‘지성의 전당’으로 부르는 이는 이제 찾기 힘들다. ‘학위를 파는 가게’ ‘교수들의 직장’이란 조롱까지 나온다. 수요자 중심 대학을 운영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김창곤<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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