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나타난 태양광발전 패널
새만금에 나타난 태양광발전 패널
  • 채수찬
  • 승인 2018.10.31 18: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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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에 왔다. 새만금에 나타났다. 태양광발전 패널을 들고 신재생에너지 실험을 하러. 이들은 목하 한국경제를 대상으로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면 고용이 감소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성장에 관한 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다. 3% 근방의 한국 경제성장률이 2% 근방으로 떨어져 저소득층이 고통받고 있어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제로 성장을 하는 전라북도 지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전라북도의 낙후극복과 장기적 발전을 책임질 사람들은 더욱 아니다.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이데올로기를 실천하는데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발전은 국가재정면에서 보면 돈 버는 산업이 아니라 돈 쓰는 산업이지만, 정부보조를 활용하여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한다. 이들은 물론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얼마전 한 기업인이 찾아와 그동안 설치했던 태양광발전 패널이 노후화되는 곳이 많아 그 폐기물을 처리하는 산업이 앞으로 유망할 것 같으니 그런 기술에 연결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보니 태양광발전 설비는 다른 발전 설비보다 수명이 짧아 폐기물처리 문제가 금방 닥칠 수 있겠다 싶었다.

 새만금 계획의 신재생 에너지단지 부분을 보면 「미래 신·재생에너지 산업 및 연구시설을 집중 육성하고 친환경적인 녹색에너지단지를 조성한다」고 되어 있다. 대규모로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하는 게 과연 이런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고 없이 갑자기 태양광발전 패널을 들고 나타난 사람들, 경제에는 관심 없고 에너지 문제를 이데올로기 문제로 보는 사람들에게 결정을 맡길 일은 아니다.

 새만금의 역사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기에는 지역 내에서 간척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게 큰 걸림돌이었다. 환경문제로 인한 소송으로 지연되기도 하였다. 많은 전북도민이 그렇듯 필자도 새만금에 큰 희망과 기대를 하고 개발의 진척상황을 지켜봐 왔다. 국회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2006년 3월 대법원 판결과 2006년 4월 방조제 끝막이 현장에 있었다.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하는 정부의 프로젝트가 논의될 때마다 새만금이 거론되는 것은 2011년에 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되었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포괄적 개발계획이 마련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06년경 당시 새만금 관련 책임있는 자리에 있던 분에게 「새만금은 조 단위가 투자되는 국가사업이니 개발계획을 세울 때 10억 연봉을 주고라도 개발 경험이 있고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가 튼튼한 해외인사를 두어명 몇 년간 고용하여 계획을 제대로 세워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그 말을 들은 분이 우리나라 정부 인사제도하에서 10억은 커녕 1억을 주기도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난다.

 구체적 개발계획과는 별도로 우선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해야 될 일 들이 있다. 당연히 매립을 먼저 속도감 있게 진척시켜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새만금접근을 위한 교통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공항, 고속열차역사, 항만 들을 마련해야 한다. 김제공항이든, 만 경 화포지구든, 새만금지구든 공항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부용역이든 어디든 새만금에 접근이 쉬운 KTX 역이 만들어져야 한다. 새만금 신항만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접근성이 부족하면 글로벌 활동의 무대가 되지 못하고, 동네 놀이터밖에 안 된다.

 교통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소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고질적인 소지역주의를 조장하며 전라북도 발전을 가로막는 지역정치인들을 유권자들이 가려내야 한다. 전라북도의 유권자들은 너무 순하고 사납지 못하여 그동안 지역발전과 관련시켜 정치인들을 심판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없이 자리만 지키는 정치인들이 창피한 줄 모르고 행세하고 있다.

 갑자기 새만금에 나타난 태양광발전 패널은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낙후된 전라북도 발전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재점화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일이다. 낙후된 전라북도란 말을 반복하기 싫다. 정말 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채수찬<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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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인 2018-11-02 09:38:45
구구절절이 옳은 지적이다. 태양광 판넬이 미래 새만금에 적합한 선택인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새만금의 어떤 지역에 설치해야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좀 배부르자고 미래전북을 위한 중요한 자산을 없애는 것은 교각살우, 소탐대실의 전형이 될 것이다. 우리 이후의 멋진, 발전된 전북을 위한 결정이 되어야 한다. 정책과 이데올로기 완수를 위한 희생양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