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제’ 미리 준비하자
‘고향사랑 기부제’ 미리 준비하자
  • 김병용
  • 승인 2018.10.30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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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고향은 마이산이 바라다보이는 전북 진안이다. 초등학교 시절 매년 소풍을 가던 곳이 마이산이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다음해 3월이 되어도 녹지 않을 정도로 춥지만, 공기가 맑고 물은 깨끗하여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다. 어릴 적에 아버지를 따라 천렵이라도 갈 때에는 갓 잡은 물고기를 초장에 찍어 날고기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깨끗한 자연으로 인해 용담댐이 만들어졌고 전라북도 지역의 생활용수 공급에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인구는 갈수록 줄어 앞으로 도시소멸이 예상되는 지역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 10만을 넘었던 인구는 산업화과정의 이농현상과 2001년 완공된 용담댐으로 고향을 뜬 사람들이 많아 2017년에는 2만6천명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진안군을 비롯한 각 자치단체에서는 인구유입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북지역의 인구 역시 185만명 수준으로 증가를 기대키 어렵고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10년~20년 뒤에는 우리들의 고향이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국회에서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며, 빠르면 2020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니 열악한 도내 자치단체 살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도시민이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지정해 기부하고 세금 일부를 돌려받는 제도이다. 현재 계류된 법안들 대부분은 출향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10만원부터 2,000만원 까지는 16.5%, 2,000만원 초과분은 33%를 국세와 지방세에서 공제해주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전북은 연간 1,900억원대의 기부금이 들어와 재정자립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10년전에 도입되었는데, 첫해에는 5만 3,671건에 81억엔에 불과했던 것이 2017년에는 1,730만건에 3,653억엔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고향납세를 한 경우 세금 공제 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주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제 일본의 사례 등을 토대로 자치단체에서 사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어차피 제도의 도입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준비한다면, 그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전북지역처럼 열악한 지역이 다른 지역을 앞서갈 기회는 많지 않다. 또한 경제력이나 생산능력으로 평가받지 않고 순수하게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필자 생각으로는 ‘고향사랑 기부제’야말로 전북지역과 같이 대책없는 지역을 위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다행히도 전북의 출향인사는 전북도민보다 훨씬 많은 3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성공한 출향인사들도 많고 이중 대다수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미 오래전에 고향을 떠난 이들에게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도, 감동을 주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고향을 위해 기부해 달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치단체별로 담당자를 지정하고, 출향인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활용하여 어떻게 기부해야 하는지? 기부하면 무슨 혜택이 있는지? 고향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사전 약정은 가능한지? 미리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알려줘야 한다. 약정서 양식을 만들어 명절이나 각종 행사로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사전예약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금융기관을 이용한 자동이체 신청서를 받는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지역의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출향인사가 고향사랑 기부제를 약정할 경우에는 예금이나 적금의 금리를 조금 더 얹어 주고, 추가로 제공되는 가치는 자치단체에 기부하는 방법도 생각해볼만하다.

 아울러 일본처럼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추가로 제공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전북지역처럼 다양한 특산물이 생산되는 곳도 드물지 않은가?

 깨복쟁이 친구들과 함께, 나의 고향인 진안에 “고향사랑 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으로 홍삼스파 이용권을 받아서 마이산 여행을 하는 날을 고대해 본다.

 김병용 JB금융지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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